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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nologue

지진

pencilk 2005. 7. 23. 03:08



오늘 집에 오려고 하라주쿠 역에 갔다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난 누가 팬싸인회라도 근처에서 하나 생각했다; 알고 보니 2시간 전쯤 있었던 지진으로 인해 도쿄의 지하철이 대부분 운행을 멈춰버린 거였다. 


알바 끝나고 한국어 알바 교재와 여행책자를 보러 서점에 갔는데 땅이 흔들했다. 서점에 있던 사람들 모두들 동시에 삐끗-했고, 그리고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각자 하던 일로 계속 했다. 일본에서 지진은 일상이기 때문에 '어머, 지진이지 지금!' 같은 반응은 절대 없다. 흔들리면서도 그냥 하던 일 계속 한다. 난 그게 좀 웃겨서 혼자 웃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처음 왔을 때와 달리 몇 번 경험해봐서 그런지 오늘은 지진을 느끼고도 '이번엔 꽤 흔들렸네, 재밌다~'라고 생각했다;


그게 진도 5가 넘는 지진이었다는 걸 그제서야 알았다. 운행을 하고 있는 지하철이 뭔지 역장에게 물어서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지하철역에 주저앉아버린 모습이었다. 금방 운행이 재개될 거라 생각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일본의 교통 시스템 자체가 버스보다 지하철에 훨씬 의존적이어서 다들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주저앉아 있는 건지. 아무튼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었다; 다행히 집으로 가는 주요선인 오다큐선은 운행 중이고, 오다큐선을 타기까지 가는 방법으로는 게이오선이 운행 중이라 그래서 나는 피곤한 다리를 끌고 할 수 없이 시부야역까지 다시 걸어갔다.




하루주쿠역을 다시 나와 시부야로 가기 위해 육교에 오르니 지하철역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역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평소에도 언제나 사람들로 붐비는 역이긴 하지만, 오늘은 확연히 더 심했다. 분명 지금은 방학이라 한국에서 여행 와있는 사람들도 있었을 텐데, 꽤나 당황했을듯.


시부야로 가는 15분여 동안에 구급차와 소방차가 3-4대는 지나갔다. 특히 일본에서는 소방차나 구급차가 출동하면 정말 절대적으로 모든 차들을 세우고 앞질러서 달려가기 때문에 더 긴박한 느낌을 준다. 뉴스를 보니 컵도 깨지고 사고도 좀 있었던 것같은데, 다행히 내 주위 사람들은 다들 사고 없이 무사한 것 같다.


참 신기하다. 겨우 2시간 남짓의 거리밖에 안 되는데도 한국과 일본은 이렇게 다르다. 일본은 한 달에 한 번씩은 흔들린다. 한국에서 20년이 넘게 살면서 거의 느낄 일 없는 지진이 여기서는 일상이다. 오늘처럼 강도 5의 지진이 일어났는데도 다들 삐끗- 한 번 비틀거리고서 다시 각자 하던 일을 한다. 지금까지 큰 지진은 없었던 도쿄에 강진이 일어날 거라는 예측이 몇 년 전부터 매년 있다는데, 그 얘기 들었을 땐 그냥 웃고 말았었는데 오늘 지진으로 정말 올해 그러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진이 일어나면 뭐부터 들고 뛰쳐나와야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나는 게 노트북 정도였다. 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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