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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2016. 3. 27. 버스커 버스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가끔씩 생각이 난다. 잘할걸을 들을 때면 거의 항상.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그런 순간들이 있겠지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꺼내지는 못하는 걸 보면, 우리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못했구나 생각한다. 버스커 버스커의 새 앨범이, 장범준의 새 앨범이 나온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던 그 누군가는 듣지 못할 새 앨범이.
2014. 11. 12. 지나갔다고 생각한 일이 자꾸만 떠오를 때가 있다. 머릿속으로 떠올릴 때마다 괴로운데도, 그 여자는 저도 모르게 자꾸만 그 기억을 떠올린다. 어쩌면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그 일이 그 여자에게는 작은 트라우마로 남은 건지도 모른다. 한강을 볼 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처럼. 어떤 일이 각기 다른 크기의 상처로 저마다의 가슴 속에 남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상처인지도 모른 채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묵묵히 살아갈 뿐이다. 어떤 상처는 자연 치유될 것이고 어떤 상처는 제때 치료받지 못해 곪아버릴지도 모른다. 가슴 속에 남는 상처의 크기는 온전히 자기 자신의 몫이다.
어째서 '나는'이 아닌 '그 여자는'으로 시작하는 문장들이 더 솔직할 수 있는 걸까. 6년 가까이 다닌 회사를 겨우겨우 퇴사하면서 그 여자는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초등학교 시절 그 여자는 툭 하면 눈물을 쏟아내는 울보였다. 하고 싶은 말을 똑부러지게 하지 못하는 어리숙함으로 인해 그 여자는 조금 지루할 정도로 긴 시간동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주도하는 따돌림을 당했다. 중학생이 되면서 성격이 완전히 바뀐 그 여자는 반 분위기를 주도하며 거친 말을 내뱉는 왈가닥 소녀가 되었지만, 고3 때 겪은 어떤 일로 인해 깊이 상처 받았고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급격히 어두워졌다. 마음의 문을 닫고 살면서 그 여자는 다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온몸에 가시를 세우고 그 누구도 다가오는..
5년 9개월. 그 여자가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보다도 오래 다녔던 첫 직장이다. 아니, 1년에 열흘 남짓 쓸 수 있었던 연차를 제외하고는 매일 빠짐없이 출근했으니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봄방학까지 있었던 초등학교 6년보다도 더 오랜 기간 다닌 것이나 다름없다. 거의 6년 가까이 같은 공간,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해온 셈이다. 그 여자는 눈물이 많다. 한때는 그런 스스로를 꽤나 좋아했지만, 그 여자는 이제 그런 스스로가 조금은 싫다. 사회인으로 첫발을 디딘 첫직장에서 받은 자잘한 마음의 상처들을, 그 여자는 생각했던 것만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자신의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수없이 연습하고 준비했던 말들을 목구멍 너머로 삼킨 채, 그 여자는 회사에서 자주 벙어리가 된다.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