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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전시회ㅣ그림ㅣ사진

인상파 아틀리에

pencilk 2013. 5. 3. 00:44

고흐의 편지 1, 2권을 다 읽었다. 중요한 시기의 편지에는 중간중간 역자의 해설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이 편지들만으로 고흐의 일생을 이해하기는 힘이 들어 네이버에서 고흐에 대해 검색하던 중 '인상파 아틀리에'라는 네이버 캐스트 연재 게시물을 알게 되었다. 경희대 영미문화과 이택광 교수가 연재한 글인데 인상파의 시작부터 후기 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마네, 드가, 모네, 피살로, 시슬레, 카유보트, 르누아르, 세잔, 고갱, 고흐 등의 화가들의 삶과 그림에 대해 쉽게 풀어쓰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 네이버 캐스트에 좋은 컨텐츠가 굉장히 많구나. 다른 글들을 찬찬히 읽어봐야겠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발코니], 1880년


마네의 [발코니]가 부르주아적 삶에 대한 구경꾼의 궁금증을 유발한다면, 카유보트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파리의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당당한 부르주아의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카유보트의 그림은 과감한 구도를 채택해서 오른쪽에 인물을 배치하고, 왼쪽에 풍경을 그려놓았다. [유럽의 다리]처럼 이 그림에서도 아래에 있는 무엇인가를 구경하는 ‘신사’를 확인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그림의 경우는 [유럽의 다리]와 달리 구경하는 주체가 부르주아이다. 이 남자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보이지는 않지만 거리의 군중들일 것이다. 햇빛이 반짝이는 가로수 아래로 느릿느릿 길거리 풍경을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만보자들’이 있을 것이 뻔하다. [위에서 내려다본 대로]라는 특이한 구도의 그림에서 드러나는 거리의 풍경이 거기에 있다. 만보자는 구경꾼이자 동시에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이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이 그림은 잘 드러낸다. 도시는 이처럼 상호의 경험과 기억을 주고받는 공간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그린 [오스망 대로]에서도 이런 구도를 확인할 수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에서도 카유보트는 근대 도시의 풍경을 특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독일의 문예학자 발터 벤야민이 개념을 통해 19세기 파리의 풍경을 복원해내는 것처럼, 카유보트는 특유의 시선으로 실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외부의 풍경을 생생하게 잡아내고 있다. 벤야민에게 파리의 풍경은 기억의 심해에 가라앉아 있다가 갑자기 떠오른 고대 도시의 이미지들을 곳곳에 숨기고 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낯선 풍경처럼 안개 속에 잠겨 있던 무의식의 공간들이 나타난 것이 근대성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것은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낯선 것이 출몰하는 것이라는 미학이 여기에 깔려 있다.


[네이버 캐스트 - 인상파 아틀리에]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2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