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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영화

Picnic

pencilk 2005. 2. 6. 17:06


소풍을 떠난다.
자기 자신에 갇혀서, 어느 한 기억에 갇혀버려서, 세상과 소통할 수 없었던 그들이 세상의 끝을 보기 위해 소풍을 떠난다. 이 세상이 끝날 때에는 바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싶어서.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은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환자들일 뿐이다. 그래서 한 번은 경찰에게 잡힐 뻔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말 그대로 '소풍'이다. 지구 종말을 예언하는 소리를 어디서 주워듣고 세상이 끝날 때 바다에서 구경하자면서 도시락까지 싸들고 나선 즐거운 picnic일 뿐이다.


세상은 그들을 뜻하지 않게 죄를 짓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그들은 상처받았다. 하지만 상처받은 그들을 세상은 다시 정신병원이라는 틀에 가두어버렸다.


그래서 그들은 담장 위만을 걷는 소풍을 떠난다. 담장 위라는 공간은 그들에게 있어 정신병원에도, 그리고 바깥 세상에도 속하지 않는 '어디도 아닌 곳'이다. 모두들 떨어질까봐 불안하게 올려다봐야 하는 담장 위가 그들에게는 가장 놀기 좋은 그들만의 세상인 것이다.


picnic은 영화 전체가 이미지의 연속이지만 단연 압권은 역시 이 마지막 장면.
자신이 죽으면 세상도 끝날 거라고 믿는 코코가 자신의 머리를 권총으로 쏘는 순간 그녀의 몸에서 흩어져내리는 검은 깃털은 아이러니하게도 악마가 아닌 천사의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이와이 슌지 영화 중 영상미에 있어서 단연 최고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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