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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영화

내 사랑 내 곁에

pencilk 2009. 9. 28. 00:20


도대체 김명민은 이 영화를 왜 찍었는가. 이 영화의 무엇을 보고 20kg을 감량하면서까지, 몸 다 망가져서 반 송장이 돼가면서까지 이 영화를 찍기로 결심했나, 도대체 무엇을 보고? 영화 <너는 내 운명>을 대히트시킨 박진표 감독의 흥행성에? 하지원과의 러브신을 찍어보고 싶어서? 나도 로맨스 영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렇다면 베바처럼 자기한테 어울리는 정도의 로맨스를 했어야지, 귀여니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들 남무하는 시나리오의 첫장면만 봐도 딱,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라는 게 보이지 않나? 그저, 루게릭 환자를 다룬 영화라는 새로운 소재에 도전하고 싶었던 건가? 내가 과연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던 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시나리오는 읽고 작품을 선택했어야지.
너무 뻔한 소재라서, 그리고 그 결말마저 결코 반전이라든가 기적 같은 게 있을 수 없는 스토리라서, 그렇지만 김명민이 선택한 영화이기에 그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다를 거라 믿었다.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나 일본 드라마 <키사라즈 캣츠아이>처럼, 죽음을 앞둔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뻔하지 않은 태도에서 오는 감동 같은 것, 그런 것을 기대했단 말이다. 그런데 이건 뭐, 내 기대가 얼마나 얼토당토 않게 컸던 것인가. (미안, <너는 내 운명> 개봉 당시 일본에 있었던 난 박진표 감독의 영화를 잘 몰라서, 이렇게 큰 기대를 갖고 말았다.)

내가 올해 본 영화 중 최악은 <키친>이었는데, 그 자리를 <내 사랑 내 곁에>가 단번에 치고 올라왔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과도한 우연과 ㅡ영화 시작되자 말자 오랫동안 못 보고 지냈던 어린 시절 고향 이웃 여자아이와 오빠의 재회, 그것도 한눈에 알아보기 드립ㅡ 손발 제대로 오그라들게 해주시는, 본적이 없는 그런 개어색 대사들ㅡ일명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뭐지?" 드립ㅡ, 누가 봐도 유행 한번 시켜보려고 작정하고 억지로 끼워넣은 게 티나는 반복되는 가요,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정말 설마설마 했던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마저 BGM으로 깔아주시는 지나친 진부함과 "가지마, 내 곁에 있어!"라고 반복해서 울부짖는 하지원의 대사로 이 영화의 제목이 <내 사랑 내 곁에>임을 굳이 입으로 강조해주시는 촌스러움까지. 21세기에 나왔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 최악의 멜로 영화.


덧.
사진 하나 넣으려고 '내 사랑 내 곁에'로 검색했다가 웃긴 사실 하나 발견.
영화 공식 홈페이지 주소가 www.humanstory2009.co.kr 이다.
2009년을 대표하는 휴먼스토리라는 건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