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oday
- Total
목록THINKING/책, 글 (129)
pencilk
선셋 파크 국내도서 저자 : 폴 오스터(Paul Auster) / 송은주역 출판 : 열린책들 2013.03.20 상세보기 1. 렌조는 일어나지 않은 일, 살아 보지 않은 삶, 벌어지지 않은 전쟁, 진짜 세계로 여기는 세계와 평행을 이루는 그림자 세계들, 말해지지 않은 것과 하지 않은 것들, 기억되지 않은 것에 관한 에세이를 써볼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확실한 영역일 테지만 탐색해 볼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2. 차가 브루클린 다리를 건널 때 그는 이스트 강 건너편의 거대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사라져 가는 건물들과 사라지는 손에 대해 생각했다.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
빵 굽는 타자기 국내도서 저자 : 폴 오스터(Paul Auster) / 김석희역 출판 : 열린책들 2002.01.31 상세보기 1.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없지만, 나는 주제넘게도 을 창설했다. 그때 나는 4학년이었는데, 응모 규정은 가을호 마지막 페이지에 실렸다. 다음은 본문에서 무작위로 골라낸 문장이다. 이 상의 목적은 실패자에게 상을 주는 것이었다. 일상적인 좌절이나 실수가 아니라, 엄청난 타락과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가 그 대상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가장 많은 것을 가지고 가장 적은 일을 한 사람, 세속적 성공을 보장해 주는 온갖 이점과 재능과 가능성을 가지고 시작했으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선발하고 싶었다. 여기에 응모할 사람은 자신이나 친지의 실패담을 50단어 정도..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셰익스피어 & 컴퍼니 국내도서 저자 : 제레미 머서(JEREMY MERCER) / 조동섭역 출판 : 시공사(단행본) 2008.01.28 상세보기 1. 그해 여름, 삶은 표류했다. 그러나 때로 게으름이 사람을 내리누르기도 했다. 2. 어느 날 오후 조지는 홀로 죽어간 톨스토이 이야기를 했다. 톨스토이는 열차 객실 안에서 문을 잠근 채 플랫폼에서 울고 있는 아내조차도 작별 인사를 하러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조지는 마르크스의 장례식에 대해 퀴즈를 냈다. "사람들이 얼마나 왔을 것 같나?" 나는 수백 명이 아닐까 하고 대답했지만 조지는 우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일곱 명이었다. 조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나는 모르겠어. 아무도 해답은 모르지. 그 답을 ..
소설가로 산다는 것 국내도서 저자 : 김훈,김경욱,김애란,김연수,김인숙 출판 : 문학사상 2011.10.07 상세보기 김연수 등단한 뒤 몇 년간을 제외하자면, 나는 소설에 음악을 끌어들이는 일을 매우 꺼리게 됐다. 사실 나는 분위기 잡기 위해 소설에 음악을 집어넣는 사람들을 약간 경멸한다. 내가 쓸 소설에 끌로드 샬의 음악이 집적 등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내게 음악은 없어서는 안 되는 무엇이다. 말했다시피 음악은 내게 다른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다른 리얼리티라는 게 소설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작가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시인이 되지 못하면 소설가가 된다고 말하던데, 당치도 않은 소리다. 나는 연주자가 되지 못해 소설가가 됐다. 비록 멍청한 밴드를 결정하려고 한 게 다..
1Q84 1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윤옥역 출판 : 문학동네 2009.08.25 상세보기 "저지른 쪽은 적당한 이론을 달아 행위를 합리화할 수도 있고 잊어버릴 수도 있어. 보고 싶지 않은 것에서 눈을 돌릴 수도 있지. 하지만 당한 쪽은 잊지 못해. 눈을 돌리지도 못해. 기억은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대대로 이어지지. 세계라는 건 말이지, 아오마메 씨, 하나의 기억과 그 반대편 기억의 끝없는 싸움이야." + 고백_『1Q84』 1권이 나왔을 때 조금 읽다가 한 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완결이 나면 그때 한꺼번에 읽어야겠다며 덮어버렸다. 그러고도 한동안, 어디서 잘못 들은 건진 몰라도 책이 4권까지 나오는 것으로 잘못 알고 출간되자마자 차곡차곡 3권까지..
침묵의 미래 - 2013년 제37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국내도서 저자 : 김애란,함정임,이평재,천운영,편혜영 출판 : 문학사상 2013.01.18 상세보기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나왔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거의 습관적으로 구매 버튼을 눌렀다. 고백하자면 서점 직원 A가 된 2007년부터 이상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현대문학상 수상집을 비롯하여 올해의 작가상, 올해의 좋은 소설 등등 온갖 수상작 모음집들을 사모았지만 그 중 대상 수상작 외에 우수상 수상작까지 전부 끝까지 읽은 것은 거의 없다. 읽고 싶은 책이 나오면 그때마다 사모으다 보니, 아직 다 읽지 않았는데도 읽던 책을 던져두고 또 새로운 책을 읽기 시작해버리는 나쁜 습관이 생긴 탓이다. 이러한 습관을 반성하며 작년부터인가 수상작품집은 읽기 시..
보헤미안의 파리 국내도서 저자 : 에릭 메이슬(Eric Maisel) / 노지양역 출판 : 북노마드 2008.01.10 상세보기 1. 그러나 창작의 세계는 다르다. 당신은 훌륭한 글과 함께 하찮은 글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작가이더라도 어설픈 문장을 쓰기 마련이다. 심지어 아주 자주, 좋은 문장을 쓰는 가운데에도 그렇게 된다. 이것은 결코 바뀌지 않는 원칙이다. 원고가 완성된 후,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 혹은 문단 전체를 싹 지울 수 있지만, 어쨌든 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작가가 훌륭한 글만 쓰려고 노력하게 되면 그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완벽주의의 완벽한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2. 어떤 관계가 본질적으로 건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싶을 때..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국내도서 저자 : 김화영 출판 : 문학동네 2002.04.25 상세보기 1. 물론 내게도 남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은 기분전환, 아름다운 풍경, 휴식, 그리고 견문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여행은 내게 삶 그 자체다. 대단한 여행가여서 그런 것도 아니고 남보다 훨씬 더 많은 이사를 다녀서 그런 것도 아니다. 나는 어디를 가나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구경하는 일보다 삶이 더 중요했다. 남들의 기이한 삶, 뜻있는 삶을 바라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 이상으로 "지금 여기서 나는 살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는 것이 필요했다. 지금도 내 동생과 조카들과 친척들이 살고 있는 고향이나 이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나 파리, 혹은 인도의 봄베이나 케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