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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ㅣ 윤상 5집, There is a man 본문

THINKING/음악

음악ㅣ 윤상 5집, There is a man

pencilk 2003. 4. 21. 02:41

1  Introduction To A Man               
2  근심가 (Feat. 신예원) *      
3  Good Old Love Song:Side A *
4  우화               
5  어떤사람 A
6  예감
7  작은세상               
8  너희들 것이니까               
9  Good Old Love Song:Side B               
10  Man! What A Selfish Kid... (Feat. 롤러코스터) *
11  길은 계속 된다               
12  Sueno, Tu Voz... (Special Track) *


윤상의 초창기 시절 발라드는 좋긴 해도 이 정도로 전율을 주진 않았다. 그런데 갈수록 내 취향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정말 '윤상스러운' 음악. 윤상과 정재형은 음악 색깔이 참 많이 다르지만 ㅡ윤상은 윤상스럽고 정재형은 정재형스럽다, 너무나.(웃음)ㅡ 딱 한 면에서는 상통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ㅡ순전히 내 주관적 잣대에 의해ㅡ 그것은 내가 파리의 한 가운데 서있는 것 같은 기분. 물론 정재형은 프랑스에서 유학 중이고 윤상의 노래에 에펠탑이 나오기 때문에 여기서 '파리'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건 당연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굳이 '파리'의 분위기가 아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이국적인? 아아, 단어를 선택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 바쁘게 돌아가는 어떤 일상에서 약간 유리되어 그 일상을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일탈은 아니다. ㅡ'일탈'은 단어 자체가 주는 어감상 좀 다른 것 같다.ㅡ 일상에서 완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일상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어느 순간 문득 내 주위에 일어나고 있는 시시콜콜한 일들을 여유롭게 바라보는 듯한 느낌. 

그래서 윤상의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걸을 때,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다.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갑자기 언제나 똑같던 일상 속의 거리들이, 주위 사람들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의 걸음걸이는, 다른 사람들처럼 마냥 바쁘게 흩어지지 않고 조금은 느릿해진다.

그런 느낌이 너무 좋다.
아마 오랫동안, 아니 앞으로 계속 이 앨범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길은 계속 된다

길은 다시 이어진다. 또 한참을 걸었다.
거미줄처럼 뒤얽혀 있다. 넌 보이지 않는다.
어니가, 낯이 익었다. 이곳은
요컨대 지금 난 길을 잃었다.
길가에 앉아서 숨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푯말들이 쓰러져 있다. 아마 오래 전부터
체념이 버려져 있다. 곳곳에
요컨대 내가 처음은 아니다.
길은 이어진다. 체념을 하나 더 버렸다.
이제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턴다.

- 윤상 5집 There is a man 앨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