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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March 23. 2013 2002년 7월, 2010년 9월에 이어 세 번째 찾은 파리. 결국 두 번째는 건너뛰고 2013년 3월의 파리를 먼저 기록하고 있다. 우습게 들리겠지만 이상하게도 2010년에는 파리가 마치 오랜만에 찾은, 어릴 적 살던 동네 같았다. 지도 같은 건 볼 필요가 없는, 그냥 대충 기억나는 대로 혹은 발길 닿는 대로 걷다보면, 그 사이 아무리 많은 것이 변했다 할 지라도 금세 내가 아는 건물이나 길이 눈앞에 나타나는, 그런 익숙한 도시처럼 느껴졌다. 겨우 두 번째 방문, 그것도 처음 갔을 때 머물렀던 시간은 이틀하고 몇 시간 남짓이 다였다. 게다가 그것은 무려 8년 전의 일이었으니, 파리를 얘기하면서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 같은 도시라는 드립은 물론 말도 안 되는 개드립이다. 그런데..
March 23. 2013 Marmottan Monet Museum 3년 전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모네의 수련 연작 시리즈를 본 이후로 나는 모네의 팬이 되었다. 루브르나 오르세, 퐁피두에 가면 교과서에서만 보던 그림들의 실물을 많이 보게 되지만, 모네의 수련 연작 만큼 나를 흥분시킨 그림은 없었다. 그래서, 계획을 짜다 보니 거의 미술관 투어가 되다시피 한 이번 파리 여행에서 처음으로 들른 미술관 역시, 클로드 모네의 작품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이었다. 파리 외곽에 있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미술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부터 사람이 엄청 많았다. 루브르나 오르세처럼 유명 관광지는 아니어도 '인상, 해돋이'를 비롯한 클로드 모네의 그림들이 있는 미술관인데 너무 쉽게 생각했던 탓이리라. 게다..
March 23. 2013 파리는 걷는 자들을 위한 도시다. 스물한 살 대학생 시절 떠난 배낭여행의 끄트머리에서 처음 만난 파리는 불과 몇 시간 만에 그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가이드북을 꼼꼼히 예습하고 일행들과 함께 10장짜리 까르네를 나누어 가졌지만, 결국 지하철을 타기보단 걸어서 이동한 적이 더 많아 까르네는 남아서 버렸던 걸로 기억한다. 겨우 사흘, 아니 정확히는 이틀하고 몇 시간, 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파리는 걷기만 해도 충분한 도시였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고 또 항상 그리워하는 파리의 이미지는, 첫 유럽 배낭여행의 마지막 도시였던 파리에서의 둘째 날 일행들과 헤어져 처음으로 혼자 걸었던, 조용하고 또 아름다운 도시다. 그 기억 때문에, 나는 늘 파리로의 여행을 꿈꾸고 파리를 그리워해왔다...
March 30. 2013 고흐의 마을 Auvers sur Oise. 여행 사진 정리는 가능하면 순서대로 하려고 했는데, 열흘 간 미술관 15개를 찍은 여운이 사라지기 전에 반 고흐의 편지 1, 2권과 네이버 캐스트 '인상파 아틀리에' 연재글 79건을 독파한 기념으로 고흐의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 사진부터 정리하려 한다. 이 마을의 풍경 하나하나가 고흐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기에. 이름도 길고 스펠링도 난해하고 발음도 어려운, 오베르 쉬르 우아즈 Auvers sur Oise. 생 라자르 St Lazare 역. 혼자서 여행할 때면 갑자기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당황하는 것이 싫어 미리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끌어모아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근교로 나가는 기차표는 아무리 당일에 살 ..
마지막 밤. 내일이면 한국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추울 때 여행을 떠나본 적이 없어서일까. 이번처럼 내내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여행은 없었던 것 같다. 떠나기 전에 체크했던 일기예보와 달리 최고기온이 10도를 넘긴 날이 없었고, 혹시 몰라 가져왔던 치마와 레깅스, 버버리 등 봄옷들은 단 한번도 입지 못한 채, 번갈아 입으려고 가져온 겨울 옷들을 매일매일 두 겹 세 겹씩 껴입고 나가서도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다. 덕분에 감기에 된통 걸렸고, 처음으로 챙겨왔던 종합감기약마저 이틀만에 다 먹어버려 또한 처음으로 여행 중에 한인슈퍼를 굳이 찾아가 컵라면을 잔뜩 사다놓고 며칠 연속으로 저녁에 라면을 먹었다. 감기약이 없으니 뜨거운 국물이라도 먹어야겠다 싶어서. 아, 그리고 꿀물 홍삼도. 아프니 한인슈퍼의 한국 음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