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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그 여자

그 여자

pencilk 2013. 3. 1. 17:41
5년 9개월. 그 여자가 지금의 회사에서 근무한 기간.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보다도 오래 다녔던 첫 직장이다. 아니, 1년에 열흘 남짓 쓸 수 있었던 연차를 제외하고는 매일 빠짐없이 출근했으니 여름방학, 겨울방학에 봄방학까지 있었던 초등학교 6년보다도 더 오랜 기간 다닌 것이나 다름없다. 거의 6년 가까이 같은 공간, 같은 집단 내에서 생활해온 셈이다.

그 여자는 눈물이 많다. 한때는 그런 스스로를 꽤나 좋아했지만, 그 여자는 이제 그런 스스로가 조금은 싫다. 사회인으로 첫발을 디딘 첫직장에서 받은 자잘한 마음의 상처들을, 그 여자는 생각했던 것만큼 잘 표현하지 못한다. 자신의 방 안에 혼자 있을 때 수없이 연습하고 준비했던 말들을 목구멍 너머로 삼킨 채, 그 여자는 회사에서 자주 벙어리가 된다. 방 안에서 연습했던 차갑고 담담한 표정 대신 그 여자는 바보같이 계속 웃거나, 운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을 떠올리며 자주 목이 메이고, 또 자주 눈물이 난다. 그리고 그런 자신이, 그 여자는 점점 싫어진다.

할 말을 다 하지 못했든, 생각했던 것만큼 쿨하게 마지막을 고하지 못했든, 그래도 그 여자는 회사를 그만두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제 그 여자는 하고 싶지 않은 일과 자신과 맞지 않은 사람들에 억지로 스스로를 맞추며 먼지처럼 차곡차곡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온전히 자기 자신만으로 가득 채워진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3월, 그 여자의 세상에 새로운 봄이 시작되기를.


빠진 지 3일만에 끝나버린 이웃집 꽃미남을 추억하며
고독미 st.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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