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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한 걸음 본문
오랜만에 snowcat 홈페이지에 갔다. 책 작업을 위해 뉴욕으로 떠난 이후로 다이어리가 업데이트 안 되길래 안 간지 꽤 되었었는데, 알고 보니 photo방이나 note방은 계속 업데이트 중이었다.
일본에 오기 전에 사온 2005 snowcat diary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12월로 끝나는 다이어리를 보면서 2006년에도 snowcat 다이어리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다행히도 다이어리 작업은 다 끝내놓고 뉴욕에 갔다고 한다. 지금쯤 발매될 때가 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나오면 바로 사야지. snowcat 다이어리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었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낯선 일본땅에서의 생활에 있어서 나에게 많은 지탱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해외로도 발송해주려나. 누군가한테 부탁을 해야 하는 건가. 쩝.
이런 조그마한 일로 기분이 단숨에 좋아졌다. 이럴 때 보면 사람은 얼마나 단순한지. 그리고 하나 더. 뉴욕에 있으면서 들은 것과 달리 매일같이 좋지 않은 날씨에 '뭐가 뉴욕의 가을이냐, 지금쯤 한국은 얼마나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을까, 한국 가고 싶다'라는 snowcat의 일기를 보면서 문득 자신도 모르게 안도하는 내가 있었다.
유학이라는 것, 외국에서의 생활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도 재미있어 보이고 부러워지게 마련이다. 나 역시 이렇게 일본에 올 수 있을 거라 생각지 못했을 땐 유학 가 있는 사람들이 어딘지 모르게 부럽고 좋아 보였었고.
하지만 막상 와보니 누군가가 말했던 것처럼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겁기만 한 것도, 신나기만 한 것도 아니어서, 어쩌면 그것이 나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뭔가 다이나믹하고 즐거워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랄까. 일본에서의 생활은 어떠세요? 라고 누군가가 물어왔을 때, 일본은 어떤 게 한국과 다르고 어떤 게 한국보다 좋고, 일본에서 나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했고 등등, 유수처럼 쏟아낼 수 있을 만큼 멋진 일이 많아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
처음에는 분명 낯설었을 도쿄의 거리는 이제 더 이상 내게 낯설지 않고, 그러면서도 결코 완전히 익숙해지지는 않는 외국에서의 생활, 주위 사람들에게 '외국인'으로 인식되는 생활에 조금은 지쳐서 그렇게, 주위를 바라보면서 조그마한 것들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던 여유를 잃어왔던 게 사실. 문득 snowcat의 사진들을 보면서 깨달았다. 예전에는 정말 사소한 것들에도 카메라를 들이대곤 했었는데, 요즘의 나는 왠만해선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는다는 것을. 일본에 오고 나서부터는 무언가 굉장히 일본스러운 것을 찍어야만 한다고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생각해버려서 웬만한 것에는 신기해하지도 않았는지도 모른다.
바보처럼, 유럽 여행을 하면서 이미 한 번 다 깨달았었으면서 똑같은 것을 이제 와서 다시 깨닫고 있다. 오히려 그 때가 지금보다 훨씬 성장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 우습긴 하지만, 그냥 올해는 내가 조금 더 많이 외로웠고 조금 더 많이 지쳐서 그랬던 거라고 너그럽게 봐주기로 하자. 되풀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 역시 후에 또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 나를 기다릴 테니까.
어느덧 11월도 중순이다. 이제 다이어리는 12월 한 장만은 남겨두고 있고, 걱정했던 연말과 연초인 12월 31일과 1월 1일은 킨키 콘서트에 두 날 모두 당첨된 덕분에 뭐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다. 이제 남은 건 크리스마스인가.(웃음)
누군가는 취업 준비에 힘든 가운데에서도 사랑을 하며 행복하게 웃음 짓고, 누군가는 일 때문에 아침 7시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도 그것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기에 그렇게 바쁠 수 있는 자신을 행복해한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주위 사람들과 사소한 글 하나, 드라마 대사 하나에도 자극 받으면서 그렇게 또 한 번 무언가를 다짐한다.
그렇게,
아무 것도 변한 것 같지 않지만 오늘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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