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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 본문
마지막 일기가 12월도 아닌 11월이었구나.
이 홈페이지에 남겨진 글이 이렇게나 없었다는 것이 놀랍다. 왜냐하면 나는 늘 이 홈페이지를 ㅡ그래도ㅡ 잊지 않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9년을 맞이해서 홈페이지 리뉴얼을 해야지, 라고 마음 먹고 포토샵을 끼적거리다 급하게 부산에 내려갔었고, 또 새해를 맞아 원대한 포부나 계획 따위 세울 틈도 없이 또 정신 없이 일을 했다. 얼마 전부터 설 연휴가 되기 전에는 기필코 리뉴얼을 하리라, 라고 마음 먹었지만 또 여러 가지 일들로 인해 자꾸만 그 시기는 미뤄져만 간다.
노트북을 샀다. 사실 한 동안은 이 '노트북 사기'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 어떤 노트북을 살 것인가 웹 서핑에서부터 실물 보러 다니기가 몇 번, 가격과 성능과 디자인 사이에서 몇번이고 갈대처럼 이랬다 저랬다 고민하다가 결국, 성능 대비로는 가격이 비싸다고는 하나, 디자인과 성능 두가지 면 모두에서 나를 만족시킨 바이오 CS16이 나의 새로운 노트북이 되었다.
어려운 결정과 험난한 구매의 시간이 지나고 노트북 세팅 및 프로그램 설치까지 완료한 후부터는 또 다시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그래서 난 늘 이 홈페이지에 들어오고, 이 홈페이지에 무언가를 끼적거리고 있는 것 같은데, 사실 남긴 글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 조금 놀라웠다.
그래, 예전 같았으면 요즘 노트북을 사려고 하는데 어떤 모델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지 사진까지 올려가며 글을 썼을 것이고, 어렵게 노트북을 산 후에는 노트북 사진을 찍어서 홈페이지에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게 나이 든다는 것인지, 아니면 비교적 어린(?) 나이부터 대단히 적극적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해온 결과 생긴 권태기 같은 것인지, 이제 그렇게 나의 모든 이야기를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는다.
대신 오빠와 친구들에게 엠에센과 네이트온, 메일 등으로 몇번이나 노트북 모델들을 보여주며 어느 모델을 살 것인지 묻고 의견을 구하고 괴롭혔으며, 폰카로 대충 찍은 노트북 사진은 홈페이지에 올리는 대신 지인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한 친구에게는 영상통화를 하며 노트북을 보여주기도 했다.
홈페이지를 버리지는 않을 것이다. 나에게 이 공간은 내 삶의 기록이자 흔적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이 싫지 않다. 예전에는 내 주위 사람들보다는 익명의 누군가에게 더 열심히 나의 이야기를 했지만, 이제는 내 사람들에게 더 충실하고 있다는 뜻이기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둘 중에 역시 가치 있는 것은 오프라인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온라인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고,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 모든 것을 온라인에만 쏟아부었다. 하지만 산다는 것은, 그리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무엇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를 가꾸어 가는 일이니까. 작년 한해는 9대 1이었다면, 올해는 한 7대 3쯤? 사랑하는 내 새 노트북과 함께 (웃음) 화이팅이다.
이원석 09/01/29
그래도, 너 글을 재밌어하는 사람이 있기에 때로는 요런 글을 올려주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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