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5년 11월, 사라질 뻔 했던 MBC의 전통 있는(?) 프로그램 '베스트 극장'을 다시 부활시켰던 8부작 드라마 <태릉선수촌>의 이윤정 PD와 당시 드라마 OST를 맡았던 Tearliner, 그리고 <태릉선수촌>에서 제일 멋있으면서도 제일 불쌍했던 이동경을 연기한 이선균이 모두 모인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 반 불안함 반으로 기다려왔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불안함이 반이었던 건, 좋아하는 PD의 연출, 혹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좋아하는 배우의 연기만으로는 매번 앞서 했던 작품과 같은 '완소작'이 나올 수 없다는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네 멋대로 해라>로 나를 네멋 폐인으로 만들었던 박성수 PD의 <나는 달린다>나 인정옥 작가의 <아일랜드>가 기대에 못 미쳤듯이.)
아무튼 한마디로 말하자면 약간의 불안했던 마음과 달리 <커피프린스 1호점>은 나의 완소 드라마 목록에 들어갈 확률이 (아직까지는) 다분한 편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ㅡ주위 사람들은 중독이라고 말하는ㅡ 커피를 다루기 때문이고(물론 '커피'의 비중은 '연애'에 비해 한없이 작은 편이지만), 두 번째 이유는 티어라이너의 음악을 비롯해 드라마 곳곳에 BGM으로 쓰이는 음악들 때문.
<태릉선수촌>은 아쉽게도 OST가 정식적으로 발매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OST를 맡았던 Tearliner의 앨범에 드라마에 쓰였던 음악이 몇 곡씩 실리기도 했고, 짧은 경음악들은 Tearliner의 블로그(http://blog.naver.com/tearliner)에 찾아가서 들어야 한다. 나는 워낙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거기에 쓰인 음악에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라, BGM이 좋은 작품ㅡ 혹은 BGM이 내 취향인 작품ㅡ을 만날 때면 좋은 음반을 발견했을 때만큼이나 '살맛 난다'고 느끼곤 한다. 내가 <태릉선수촌>에 빠졌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역시 바로 '음악' 때문이었는데, 거기에는 이윤정 PD의 탁월한 BGM 선택이 한 몫 했다. Stereophonics의 Don't Let Me Down이나 Fiona Apple의 Across The Universe를 들으면 한숨이 절로 나오고, Michiya Haruta의 Silver Unicorn이나 Keane의 Bedshaped를 들으면 다시 한번 꿈 꿀 수 있을 것 같았고, Andy Williams의 Happy Heart나 The Verve의 Bitter Sweet Symphony를 들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했다.
<커피프린스 1호점> 역시 이윤정 PD의 이런 센스쟁이(!) 기질이 한껏 발휘되고 있는 듯 하다. 방영 첫주부터 드라마에 쓰인 음악이 뭔지 궁금해하고 OST 발매를 기다려온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아는데, 나 역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The Melody의 Good-bye나 러브홀릭의 화분,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 Azure Ray의 Across the ocean, 김연우의 나는 사랑이 뭔지 모르나봐요, Kings Of Convenience의 I Don't Know What I Can Save You 등의 곡들이 드라마 곳곳 적절한 타이밍에 흘러나올 때의 짜릿함이란.
내가 꼽는 지금까지의 <커피프린스 1호점> 최고의 장면은 두 개가 있는데, 이 역시 음악과 관련되어 있다. 하나는 은찬(윤은혜)이 처음 한결(공유)의 두껑 열리는 차를 타고 달릴 때 Tearliner의 'Go Go Chan!!'이 흘러나온 씬이고, 또 하나는 한성(이선균)이 유주(채정안)에게 Tearliner가 작곡한 노래 '바다여행'을 불러주는 씬. 특히 바다여행이 흘러나온 씬은 노래도 노래지만, 하얀 구름이 피어오른 그림 같은 하늘을 배경으로 대걸레와 휴대폰을 들고 열창하던 한성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이런 장면을 연출해낸 이윤정 PD에게 박수를~! (게다가 한성의 집은 좀 심하게 좋다.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면 무슨 숲이 내려다 보이는; 차도 죽인다.)

Tearliner의 음악 외에도 <커피프린스 1호점> O.S.T에 실린 곡들도 굉장히 좋다. 일단 참여한 뮤지션들을 본 순간 다 내가 좋아라 하는 뮤지션들이라 또 한번 행복해졌다. casker, The Melody, As One, 허밍어반스테레오 등등. 내가 이윤정 PD랑 음악 취향이 비슷한 걸지도 모르겠다.
<커피프린스 1호점> OST를 듣다가 이런 철저하게 주관적이다 못해 말도 안 되는 내 개인 취향만 늘어놓는 글을 끼적이게 되었는데, 아무튼 결론은 이 드라마, 커피보다 음악이 더 맛있다는 거다. 앞으로도 커피처럼 달콤 쌉싸름한 음악들 많이 선곡해주길-
01 랄랄라, It's Love! - The Melody *
02 White Love Story - As One *
03 커피한잔 어때? - 허밍어반스테레오 (Feat.요조)
04 Go GO Chan!!(고고찬!!) - Tearliner **
05 커피향 설레임
06 For A While - MNI민재 *
07 Mocha - Casker
08 바다여행 (최한성 ver.) - 이선균 *
09 햇살 한 조각
10 Polly - The Melody *
11 알콩달콩
12 바다여행 - Tearliner *
13 Double Shot - Casker
14 좋은 기억
15 바람에 살며시 앉다 (바다여행 Piano Ver.오수경)
16 Go Go Chan!!(고고찬!! 방송 Ver.) - Tearliner
YES24 도서팀 블로그 <책방이십사> - '책방까페'
원문 : http://blog.yes24.com/document/713820
내가 일하고 있는 YES24 도서팀 블로그에 쓴 글.
블로그가 8월 1일에 오픈 예정이라 위의 원문 링크는 8월 1일부터 공개될 거다.
책 이야기 말고 영화나 드라마, 음악, 기타 등등 자유롭게 쓰라길래 그냥 요즘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와 음악으로 글 하나를 썼다. 이 글을 실제로 쓴 날짜는 7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