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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소와즈 사강, 『달이 가고 해가 가면』 본문

THINKING/책, 글

프랑소와즈 사강, 『달이 가고 해가 가면』

pencilk 2005. 1. 17. 00:09

1.
사람이란 흔히 너무 큰 것을 꿈꾸고 바랄 때, 눈 앞에서 벌어지는 작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는 주의를 게을리하는 버릇이 있다.


2.

이것도 저것도 하지 않을 때에는, 간결하고도 절망 투의 편지를 알랭에게 띄우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 답장은, [자네의 주위를 돌아보게나, 너무 자신에게만 집착하지 말고]라는 내용이었다. 참 어처구니 없는 충고였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자기 자신을 돌보며 인생을 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있는가. 우리는 흔히 남의 눈을 통해서 겨우 자신을 발견할 수 있고, 베르나르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나고 있지 못했다.


3.

그는 죠제에게, '난, 죠제가 필요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진정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뽀와띠에에서 그가 자신들의 사랑에 대해서 말했을 때, 죠제는 '달이 가고 해가 가면, 그 사랑은 결국 식고 말 거예요'라고 말했었지.
베르나르,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유일하게 죠자만이 시간에 대해 뚜렷한 감각을 갖고 있었다.
다른 자들은, 엉뚱한 본능에 끌려서, 시간은 영원한 것, 변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만약 누구를 사랑하게 되면 이제야말로 자신의 고독은 완전히 끝장난다는 어리석은 믿음을 지니고 다녔던 것이다.


4.

"언젠가 죠제는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
라고 베르나르가 조용히 말했다.
"어쩌면 나 역시 죠제를 잊게 될 지도 몰라. 우리들은 또 다시 고독해질 거고, 그렇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어. 또 다른 1년의 세월이 시작될 뿐이야."
"알고 있어요."
죠제가 말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그는, 눈길을 돌리지도 않고, 그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갔다.
"죠제, 도대체 이럴 수가 있어? 우리 모두가 뭘 잘못한 게 있길래?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야 하지? 이 모든 건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