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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with 나영 본문
작년 생일엔 나영이와 춘천에 갔었는데,
올해 생일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다녀왔다.
그녀의 카드에 적힌 말대로 우리가 이렇게 연이어 생일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로는 둘 다 백수이기 때문인데(웃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기뻤다.
2년 연달아 생일을 그녀와 함께 보내서 그런지,
문득, 작년 생일과 올해 생일 사이의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내가 일본에 있었다는 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헤이리는 문화예술마을이다.
크고 작은 갤러리, 북까페 등이 많고
모든 건물들은 내노라 하는 건축가들이 지어 그야말로 작품이다.
아직은 공사하고 있는 곳도 있고 해서 조금 황량한 감도 없지 않아 있고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아직은 조금 실망을 줄 수도 있겠지만
한적하고 여유로운 곳을 갈망하던 우리에겐 꽤 마음에 들었다.
황인용의 카메라타 음악감상실.
승효상이 설계한 규원 건물.
사실 건축에 대해 아는 거 쥐뿔도 없고
단지 한때 건축학도를 꿈꾸었던 적이 있다는 정도의 관심과 열정 뿐이지만
아무튼 나는 이런 건물들을 보는 게 너무 즐겁다.
나영이나 나나 절대 자기 사진을 안 찍는다;
심지어 일본에 일주일간 여행 갔을 때도 서로의 사진은 한 장도 안 찍었다.
같이 다녀도 언제나 풍경이나 찍을 뿐이고
내가 가끔 나영이 몰래 앞서 걸어가고 있는 나영이의 뒷모습을 찍는 정도.
오늘도 우리 둘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찍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에
사진을 찍고 있는 나영이의 옆에서
마침 유리창에 우리 둘의 모습이 비치길래 찍었다.
이게 오늘 찍은 사진 중 우리의 모습이 담긴 유일한 사진이다.(웃음)
매거진 하우스 앞에 있던 사람 크기 만한 곰인형.
이렇게 우리는 그냥 곰인형들만 찍었는데
잠시 후 지나가던 한쌍의 커플이 와서
여자가 두 곰인형 사이에 서서 브이자를 그리고
남자가 그런 여자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우리는 그제서야
'아, 보통 사람들은 저렇게 (곰인형 사이에 자기가 들어가서) 찍는구나' 했다.
우리 중 누구도 저 사이에 직접 들어가서 자신의 사진을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북하우스.
건물 이름을 모르겠는데;
아무튼 마치 나무가 시멘트를 뚫고 건물 밖으로 나온 것처럼 보이는 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