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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샤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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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화에 얽힌 일을 할머니에게 말할 수 없었으니, 할머니를 비롯한 그 누구보다도 더 내가 아빠를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비밀은 내 속에 뻥 뚫려 모든 행복한 일들을 빨아들이는 구멍이었다.
2.
더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해. 나는 잠자리에 누워 사람이 잠들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이라는 7분을 헤아리며 생각했다. 거대한 호주머니, 우리 가족, 친구들, 심지어 리스트에 없는 사람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보호해 주고 싶은 사람들 모두를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큰 호주머니가 있어야 한다. 구(區)와 도시들을 위한 호주머니, 우주를 다 감쌀 호주머니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렇게 큰 호주머니는 있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발명은 없었다. 그래서 그날 밤, 나는 전 우주를 등에 짊어진 거북이 같은 기분이 되었다.
3.
그녀는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지 알고 싶어 한다, 누구나 다른 이로부터 바라는 것은 오직 그것뿐이다,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이 존재한다는 인식.
4.
난 갑자기 부끄러워졌단다. 부끄러워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말이야. 수치심을 느낀 적이야 많았지. 부끄러움은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지. 수치심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끼는 감정이고.
+
아무런 준비없이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이 그 상실로 인해 또 다른 무언가를ㅡ어쩌면 전부를ㅡ 잃은 채 살아가는 이야기. 결국 모두가 모두를 잃는다. 그래서 이 책은 말한다. 상실과 기억, 존재와 무, 소통과 단절, 그 수많은 삶의 파편들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바로 당신에게 사랑한다 말하는 것이라고.
공교롭게도 지금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흐르는 노래는 브로콜리 너마저의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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