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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본문

THINKING/책, 글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pencilk 2003. 10. 11. 23:56
아주 오래된 농담
국내도서
저자 : 박완서
출판 : 실천문학사 200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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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참 좋겠다. 넌 아마 하고 싶은 말을 참은 적도, 생각에 없는 말을 꾸며댄 적도 없을 거야. 너한테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의사가 환자한테 바른말을 못하는 고민에 대해서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를테면 조기 발견 못한 암으로 시한부인 환자에게 외국 같으면 당연히 당사자에게 알릴 것을 우리는 보호자에게 먼저 통고를 하고 보호자는 거의가 다 환자에게는 알리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다들 왜 그렇게 속이려 드는지 모르겠어. 그것도 사랑의 이름으로. 생각해 봐. 사람이란 거의 다 속아 사는 거 아니니? 사랑에 속고, 시대에 속고, 이상에 속고…… 일생 속아 산 것도 분한데 죽을 때까지 기만을 당해야 옳겠냐? 이런 거짓말을 강요당할 때처럼 의사라는 직업에 환멸을 느낀 적도 없다니까."

 

"얘는, 그게 왜 거짓말이냐, 농담이지."
"농담?"
"그래 농담이지.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다 거짓말인 줄 알면서도 들어서 즐거운 거, 그거 농담 아니니?"

- 박완서 『아주 오래된 농담』 중에서


+

밀란 쿤데라의 모든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농담의 미학, 그리고 박완서의 아주 오래된 농담까지. '농담'이라는 화두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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