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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ily Life

비가 오면

pencilk 2003. 8. 7. 02:01

비가 오면 정말 꼼짝도 하기 싫다. 집에서 그냥 음악 들으면서 비 오는 소리를 듣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밖에 나갈 생각을 하면 그 때부터 끔찍해진다. 오늘도 일어학원 가려고 나섰다가 비가 너무 쏟아져서 바지가 다 젖는 바람에 열 받아서 버스 정류장까지 갔다가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그래서 결국 비가 좀 그친 후에 저녁에 다시 일어학원에 갔다. 비오는 날은 그냥 집에서 빗소리 들으면서 라면 끓여먹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책이나 읽는 게 최고다.

그런데 빗소리도 빗소리 나름. 그냥 비만 오는 건 좋은데 천둥 번개가 치는 건 무섭다. 지금도 천둥이 친다. 무섭다. 아니, 무섭다기보단 싫다. 내가 잠깐이나마 사랑했던 비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마냥 걸어도 옷이 많이 젖지 않는, 그야말로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그래서 커피숍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창 밖을 바라보면, 나름대로 비오는 날도 괜찮은 것 같다고 재수 시절에는 생각했었다.

장마철 이런 장대비는 참 싫다. 천둥소리는 더 싫다. 내일 또 나갈 생각하니 앞이 다 캄캄하다. 평소에는 꽤나 부지런하다 소릴 듣는 나지만 (대학 오고 나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진 전혀 안 이랬다) 비가 오면 정말 나가기가 싫다. 고등학교 때도 여름 장마철이면 학교 가기 싫어서 미칠 것 같았다. 내일 오후부터는 갠다고 하던데, 적어도 지금처럼 비는 안 와야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난 내일도 무기력증에 시달리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하루를 보낼 지도 모른다.

비 오고 난 후의 그 서늘함은 좋다.
내일 나 나가기 전까지만 비 그쳐라, 제발.

 

   03/08/07
아침부터 비가오면 많이 와서 손님들이 안오게 해달라고 빈다-_- 대신 집에 갈때는 비가 안오게 해달라고 빈다; 난 비가 너무 싫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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