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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말이 마음이 된다는 것 본문
"말을 안 하다가 하니까, 왜 예전에 입을 닫아버렸었는지 알게 됐어요.
말을 하면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생겨서 그 마음을 또 말하고,
그 마음을 또 말하다 보면 또 다른 마음이 생겨요.
난, 나한테 생기는 마음들이 두려웠어요.
마음이 생겼다가 다칠까 봐 겁이..났어요."
봄날을 보면서 정은의 이 대사에 멈춰서서 잠시 멍해졌다.
오늘 만난 친구와 했던 대화 속에서도 우연찮게 나왔던 이야기,
말로 내뱉으면 사실이 된다는 것.
내가 왜 연애를 못하는지, 내가 왜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 못하는지를 얘기할 때 늘 말하곤 했던. 중 1 땐가부터, 어느 정도 관심이 생기거나 좋은 느낌의 사람이 생겨도 그걸 누군가한테 말함으로써 주위의 부추김으로 인해서 그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게 싫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 말로 내뱉아버리면 별 것 아니었던 감정조차 진짜가 되버리는 것이 두려워서 그냥 늘 그렇게 담아두기만 했다는 것. 그래서 늘 그렇게 쉽게 식어버리곤 했다는 것.
"근데요. 말이 마음이 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누나.
저한테 사랑이 시작된 거라고 누나가 말..말을 해줬잖아요.
말을 하니깐, 정말로 그런 마음이 생기던걸요."
은섭이처럼 누군가가 '너 그 사람 좋아하는 거야'라고 말해주면 정말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릴까봐, 그래서 그 때 이후로 늘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지내왔다는 것. 그런 식으로 해서 마음을 키우지 않을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별로 크게 상처받지도 않을 수 있었다는 것. 그렇게 지내온 시간이 길어지면서 누군가를 깊이 좋아하지 못 하게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는 것.
그렇다면 나도 고은호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말문을 터지게 해줘야 하나?ㅋㅋ
근데 난 은섭이가 더 좋은걸.(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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