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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모드 벗어나기 본문
만성적이 되어버린 우울모드와 최근 들어 급상실 된 자신감을 겨우 추슬러 MBC 서류 지원을 마쳤다. 자기소개서 속의 나는 다시 세상에서 제일 자신감 있고 준비된 언론인이 되었다. 그렇게 나 잘났다고 나 안 뽑으면 후회한다고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처음에는 좀 부끄럽고 민망하다가도 나중에는 스스스로가 자소서에 도취되어 이 정도면 나도 괜찮은데?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번에는 상태가 많이 안 좋았기 때문인지 그 정도까지는 안 갔지만, 그래도 자신감 완전 상실의 상태와 최악의 우울모드에서는 조금 벗어나게 된 것 같다.
자소서에서는 마치 대단한 거라도 되는 것처럼 이 홈페이지에 대해 썰을 풀어 놓았지만, 실로 여기에 글 남기는 건 참 오랜만인 것 같다. 그 동안은 글을 쓸 정신도 없었다. 더 정확하게는 쓰기 시작하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였지만.
오늘 이 홈페이지에 가입을 해주신 분이 한 명 더 늘었다. 그냥 어떻게 링크를 타고 오게 되셨다면서 가입 인사란에 여기의 글도 사진도 마음에 드신다고 남겨 주셨다. 그런 글들을 보게 되면 내가 어떤 글을 쓰고 어떤 사진들을 올렸더라? 하는 생각이 들어 새삼 홈페이지를 둘러보게 된다.
방금도 이 곳의 일기들 최근 것부터 몇 개 읽었다. 그리고 놀랐다. 띄엄띄엄 며칠 걸러 한 번씩 쓴 일기들이 죄다 아팠다, 체해서 토했다, 우울하다는 내용이다. 새삼 내가 이랬구나 싶다. 오랜만에 전화를 건, 요즘 회사 다니는 게 즐거워 죽는 친구 녀석은, 내가 버릇처럼 내뱉은 '우울하다~'라는 말에 '한 달 전에 전화했을 때랑 어째 하는 말이 똑같냐'고 했다.
아, 그랬구나. 그래도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지고 불안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 너무 오랫동안 제 자리에서 뭉그적거리고 있었구나. 그랬구나. 지금의 나는 지독히도 부정적이고 소심해져 있구나. 문득 이런 내 자신이 열없게 여겨졌다. (비록 한국어능력시험 점수는 망했지만, 그래도 공부 좀 했다고 오늘 상상플러스에서 1단계 힌트 때 난 이미 '열없다'를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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