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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빨리 오게 하는 음악 본문
도쿄의 겨울, 그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시부야를 가로 지르며 느꼈던 막연한 마음시림과 외로움을 당황스러울 정도로 생생하게 되살아나게 하는 음악이 있다. 영화 유레루의 OST를 듣다가 문득 생각나서 오랜만에 다시 꺼내 들은 영화 Tokyo Tower의 OST. 영화 속 도쿄의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지나치게 아름다웠기 때문일까. 음악을 듣고 있는 내내 떠오르는 도쿄에서의 기억은, 당시에는 치열했지만 이제는 그저 아련하면서도 또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은은한 일루미네이션으로 치장된, 도쿄 타워가 보이는 록본기 힐즈에서 따뜻한 커피 잔으로 언 손을 녹이며 셔터를 눌렀던 기억, 눈사람을 수도 없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폭설이 내린 날 마구 헝클어져버린 지하철 시간표 덕에 약속 시간보다 늦게 도착해 미끄러질까봐 발 끝에 힘을 잔뜩 주면서 시부야 거리를 뛰던 기억, 감기 때문에 밤새도록 끙끙 앓고 난 다음날 아침 죽을 사러 슈퍼에 다녀오는 길에 느꼈던 한기, 잡지 만드느라 며칠 밤을 새고 지칠 대로 지친 몸에 어깨가 무너지도록 무거운 노트북까지 메고 걷던, 이쿠타 역에서 기숙사까지의 그 끝이 없을 것만 같이 느껴지던 길,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아직 동이 트지도 않아 캄캄한 새벽에 힘겹게 수트 케이스를 끌고 걸으면서 느꼈던 설레임과 쓸쓸함.
그 모든 기억이 오롯이 되살아나면서,
어느새 나에게만 가을이, 겨울이 와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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