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cilk

톡 플레이 럽 본문

ME/Daily Life

톡 플레이 럽

pencilk 2007. 11. 16. 23:58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를 보냈고, 그 피곤한 와중에 콘서트에 가서 좋아서가 아니라 그 시끄러운 와중에 욕하느라고; 목을 혹사시켰으며, 결국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려 한동안 엄청 고생했다. 열이 나서 느꼈던 엄청난 추위와 온몸이 저릿저릿 해지며 힘이 빠지는 경험은 결코 흔치 않았던 것이라 다소 당황스러웠고, 그 시기에는 아프면 서럽다는 말조차 내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서럽다, 라는 감정을 느낄 정신이 없었기에.

아무튼, 이제 약간의 기침이 남은 것 외에는 감기도 거의 다 나았고, 커다란 하나의 프로젝트는 끝이 나서 약 일주일 간은 약간의 여유도 생겼었다. 그리고 그 여유를 채 제대로 느끼기도 전에 새로운 일이 시작되어 다시 다음주까지는 격무에 시달릴듯 하다.

아무리 격무에 시달려도 7시 이전에는 퇴근을 하자는 주의라, 회사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아주 가끔 엠에센을 하는 것 외에는 전혀 다른 일을 못 한다. 그래서 자연히 매일 10시간이 넘게 회사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서도 내 홈페이지 한번 접속해보지 못하는 날이 더 많고, 집에 돌아와서는 컴퓨터 따위 쳐다도 안 보고 TV만 보다가 잠이 든다. 그리하여 이번 홈페이지 리뉴얼은 무려 몇 개월에 걸친 작업이 되었고, 그런데도 심지어 아직 미완성이라는. = =


최근에는 좋아하던 누군가에게 조금 실망을 했고, 더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의식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이야기들을 멀리 하고 있다. 나는 담덕님과 달리 내 안에 미련이 있어서, 그래서 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피하고 있다. 왜냐하면 조금 더 그의 이야기를 듣다가는 정말 나도 이제 됐어, 내 마음이 끝났어, 하게 될까봐.(썩소) 이것이 내 나름의 미련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확실히, 아직 완전히 버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조금, 가볍고자 하는 마음도 있다. 그냥 단순히 생각하지 않는 게 내 마음이 편하니까 생각하지 않는 거다. 신경 쓸 수록 실망할 거리만 자꾸 늘어가는 것 같아서. 아직 실망할 만큼 애정이 남아 있으니까. 마음이 안 좋으니까.


요 며칠간은 정말 하루 종일 애니밴드 음악만 듣고 산다. 놀라운 일이다. 애니밴드의 싱글에 실린 곡은 단 두 곡. 아이팟에 무려 4기가를 넘게 차지하는 음악들을 넣어두고도 회사에서 매일같이 거의 하루 종일 음악을 듣다 보니 모두 지겨워졌었는데, 단 두 곡으로 며칠을 버티고 있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다. 타블로는 천재다.(컥)

비록 준수가 때로는 이루로, 때로는 차마 이름을 거론할 수 없는 모군;으로 보일 때도 있지만, (이루로 보였다는 건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듯. 그러나 진정 굴욕적인 건, 나는 준수를 보고 이루를 떠올린 것이 아니라 이루를 보고 준수를 떠올렸다는 사실이다; 아이돌의 캐굴욕이다;) 보아 팬 타블로가 작곡한 노래들은 심지어 자신의 랩 부분조차 희생해가며 보아님을 빛내기 위한 곡으로 탄생해 준수를 코러스에 가깝게 만들어버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지켜줄게'를 속삭이는 준수의 목소리는 듣고 있는 내가 다 부끄러워질 정도로 감미롭고, 노래는 두말 할 필요 없이 죽인다.

Anywhere you go I'll be there 란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내가 너를 믿어줄게, 모든 아픔을 지워줄게, 란다. 톡, 플레이, 럽 하란다. 그리 새로울 것 없는 가사에 대단히 참신한 표현도 아닌데, 왜 이 가사들이 이렇게 가슴에 절실하게 와 박히는 것이냔 말이다.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나도 정녕 톡 플레이 럽 하고 싶다. 그런 거다.

나는 예전부터 밴드에 대한 동경을 갖고 있다. 애니모션에서는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었던 내가 (뮤비나 등장하는 연예인들의 스타일만 죽였지 노래는 워낙 구리기도 했다) 애니밴드에 이렇게 열광하는 건 그런 이유도 있을 거다.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난다면 음악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도 사실 은근히 많이 한다. 그냥, 음악이 참 좋다. 그럼 지금이라도 음악에 도전해, 라는 느낌은 아니지만. 그냥 나와 음악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기만 해도, 나는 그 사람에게 빠져버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실제로도 내 주위에 나와 음악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

아무튼, 톡 플레이 럽 하고 싶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요즘이다. 단지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서 타이핑을 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결리고 저리고 천근처럼 무거워질 수도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음. 이러기엔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누가 나에게 에너지를 좀 불어넣어줘.


 

'ME > Daily 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 놀러와 보는 내내 한 생각  (0) 2007.11.24
기다림;  (0) 2007.11.21
기억의 습작  (0) 2007.10.22
계절을 느끼게 하는 음악  (0) 2007.10.16
가을을 훔쳐간 겨울  (0) 2007.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