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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뉴욕 3부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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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찾으며 몇 주일 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속으로 계속 삶의 모든 부분이 다 설명될 수는 없는 거라고 변명을 하면서. 아무리 많은 사실들이 이야기되고 아무리 세세한 사항들이 제시되더라도 본질적인 부분은 표현이 될 수 없었다. 어떤 한 사람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디로 갔고,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어떤 여자와 결혼해 어떠한 아이들을 낳았고, 이렇게 살다 저렇게 죽었다. 이러이러한 책을 남겼다거나 이런 전쟁을 치렀다거나 저런 다리를 건설했다거나 하는 것들은 모두 알맹이가 없는 이야기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를 듣기 원하고 그래서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말 속에 진짜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상상하면서 우리 자신을 이야기 속의 인물로 대체시킨다. 마치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때문에 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기만이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존재하고 때로는 자기가 누구인지를 어렴풋이 알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삶이 계속될 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 점점 불확실해져서 우리 자신의 모순을 점점 더 많이 알아차리게 된다. 누구도 경계를 넘어 다른 사람 속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누구도 자기 자신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바로 그 간단한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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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 한 문단은 언젠가부터 늘 생각해오던 것을 누군가가 내 머릿 속을 들여다보고 수려한 말로 풀어써놓은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글을 쓰려고 생각한다든가 인간관계에 있어서 회의에 빠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라 생각한다.
보들레르 : Il me semble que je serais toujours bien la ou je ne suis pas. 다른 말로 하자면 : 나는 내가 지금 있는 곳이 아닌 곳에서라면 언제나 행복할 것 같다. 좀 더 의미에 맞게 해석한다면 : 어디든 지금 내가 있지 않은 곳이 내가 나 자신인 곳이다. 또는 아주 대담무쌍하게 옮기면 : 어디든 세상 밖이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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