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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ndon - 사람들 그리고 템즈강 본문
London의 느낌을 한마디로 꼭 꼬집어 말하기는 힘든 것 같다. 회색의 도시라고 하기에는 맑은 것 같고, 그렇지만 확실히 조금은 우울한 도시. 확실한 건,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쪽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메트로 Piccadily Line의 Heathrow 역.
비가 왔다가도 금방 해가 뜨고 또 금방 구름이 잔뜩 끼는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긴 우산을 들고 거리를 걸어다니는 사람들. 지하철 안에서 혼자 앉아 신문이나 책을 읽는 모습들. 여러 모습들에서 흐린 날씨 만큼이나 우울하고 가라앉은 듯도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London은 해가 유난히 길어서 밤 10시가 넘어야 겨우 노을이 지고 조금 어두워진다. 말 그대로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무엇인지를 실감케 했다. 저녁 5-6시가 되면 퇴근 시간이라 막 퇴근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들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주로 술집 안에서보다는 거리로 나와있는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거나 그냥 술집 앞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며 마신다. 우리나라의 회식 문화처럼 술을 취할 정도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목을 축이는 정도다.
이 때가 아마도 밤 9시 반 정도.
템즈강은 생각보다 넓지는 않았다. 놀라운 건 템즈강 중간에 있는 배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맥주집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타워브릿지 앞에 그런 배를 가장(?)한 맥주집이 몰려있는데, 타워브릿지의 야경을 감상하면서 맥주를 마시기에 그만이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은 그저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영국이 유럽에서 물가가 제일 비싸다.ㅠㅠ)
타워브릿지의 야경.
요즘엔 다리가 올라간 모습을 보기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고 갔었는데 우리가 운이 좋았던 건지 그 날 하루에만 두 번이나 다리가 올라갔다. 다리가 올라가는 순간 템즈강 옆 산책로에선 거리의 악사들의 연주가 시작되고 마치 축제 분위기.
그 순간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낭만적이어서 부담스러울 지경이었다. 그 순간 그 자리에 있어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평소에 아무 문제 없던 사람이라도 -예를 들어 나같은- 남자친구와 함께 오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London을 떠나면서, 나는 친구에게 타워브릿지 야경 엽서에 이렇게 써서 보냈다.
London은 꽤나 낭만적인 도시여서, 사람을 조금 외로워지게 하는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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