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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한 남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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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 『사랑의 기초 한 남자』

pencilk 2012. 5. 20. 09:45
사랑의 기초 - 한 남자
국내도서
저자 :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 / 우달임역
출판 : 톨 2012.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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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적 관계의 모순 중 하나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보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결국은 훨씬 더 잘해주게 된다는 사실이다. 말만 많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직장 동료들은 하루 종일 성심성의껏 대하다가, 저녁에 집에 와선 잔소리를 평소보다 조금 심하게 했다거나 열쇠꾸러미 챙기는 걸 깜빡했다는 이유로 솜씨 좋고 상냥한 아내를 매몰차게 면박 주는 남자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아마도 그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매우 진지한 기대를 품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고, 어쩌면 이런 게 사랑인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작정하고 싸우려면 먼저 그에게 아주 많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법이다. 상대에게 욕을 하고 그 사람의 물건을 창밖으로 던져버릴 마음을 먹으려면 먼저 깊고 유명한, 진정한 애정을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2.
우리가 남편이나 아내로부터 듣는 비판들은 대개 고통스럽지만 진실이다. 싸우다가 한껏 열이 오르면 우리는 종종 다음과 같이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려 애쓴다. 친구들 대부분(나의 입장에 공감하여 이 장면을 지켜보리라고 상상하는 사람들)이 나는 원래 참 좋은 사람인데 이렇게 죽자고 싸우는 이유는 오로지, 하필이면 바가지 긁는 저런 인간과 결혼한 탓이라고 여겨줄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암울할 가능성이 높다. 내 친구들은 나의 성격적 결함을 굳이 지적해줄 정도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뿐이다.

 

3.
물론 다 거짓이었다. 하지만 벤은 자신의 연기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권리긴 하지만, 인류 대다수에게, 특히 우리가 사랑받고자 하는 사람에게라면 가급적 그런 끔찍한 특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충고가 늘 따라붙는다.

 

4.
어른의 사랑은 아이일 때 어떻게 사랑받았는지를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우리를 사랑하기 위해 무엇을 희생했는지 상상해보는 것이어야 한다.

 

5.
우리는 행복을 오래 지속되는 어떤 상태로 생각한다. 적어도 수십 년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복은 정말로 순간을 낚아채는 것이다. 호화로운 호텔, 공장, 쇼핑센터, 신용카드, 식당(이것들을 위해 우리는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 등 문명이 이룩한 모든 성과에도 불구하고 십 분 남짓의 만족을 맛보는 일은 전적으로 우리 손에 달려 있다.

 

 

+
어렴풋이 예상했던 대로, 정이현의 글보다는 보통의 글이 훨씬 더 와닿았다. 솔직히 말하면 굳이 '사랑의 기초'라는 주제 아래 두 사람이 공통 프로젝트로 썼다는 건 그저 마케팅적 전략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굳이 끼워맞추자면 공동작업으로 끼워맞출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억지로 느껴질 뿐. 두 사람이 수십 통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나누었다는 이야기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저 각자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인데. 심지어 주제조차 '사랑과 연애' 그리고 '사랑과 제도, 결혼'으로 미묘하지만 확연하게 다른데 말이다. (그냥 각자의 작품으로 출간했다면 이런 소리 안 들었어도 될 것을; 하지만 확실히 공동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마케팅에는 도움이 되었겠지. 인정.)

아무튼 알랭 드 보통의 글은 꽤나 많은 부분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흥미롭기도 했고. 정이현은 <너는 모른다>를 읽었을 때보다는 편안한 느낌. 앞으로도 자기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썼으면 좋겠다.

 

 

 

 

 

 


사랑의 기초: 한 남자

저자
알랭 드 보통 지음
출판사
| 2012-05-0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사랑해서 결혼한 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의 마지막 순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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