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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절반이 지난 여름, 우리는 길 위 어디쯤에 서 있을까 - 김연수, 『7번 국도 Revisited』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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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절반이 지난 여름, 우리는 길 위 어디쯤에 서 있을까 - 김연수, 『7번 국도 Revisited』

pencilk 2012. 6. 29. 11:34

7번 국도 Revisited

김연수 저
문학동네 | 2010년 12월


어떤 폭우나 폭설이 쏟아져도 아침 해가 뜨면 어김없이 향하던 회사, 혹은 매일 저녁 퇴근 후면 당연하다는 듯 돌아오곤 하던 집. 그 익숙하고도 지겨운 장소들을 벗어나 1년에 단 며칠 낯선 길 위에서 보내는 여름 휴가의 시간에는 '길 위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겠다. 보통 휴가를 떠나게 되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1년의 절반이 흐른 시점에서 도래한다는 면에서도 '길 위의 이야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연수의 『7번 국도 Revisited』는 두 주인공이 '부산에서 시작해 포항~강릉~속초 너머로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닿을 듯 이어지는 도로'인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로 여행하며 겪는 길 안팎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사실 이 책에서 중요한 것은 '7번 국도'도 '여행'도 아닌 '청춘'이다. 더 정확히는 '여기가 어디인지, 나는 누구인지,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청춘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난데없이 왜 청춘이냐고 묻는다면, 우리들 모두가 언제나 각자 나름의 '청춘'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 답하고 싶다. 1년의 절반이 지난 지금, 나는 2012년이라는 길 위 어디쯤에 서 있는지, 올해가 시작될 때 생각했던 그 길로 걸어가고 있는지, 혹은 중간에 나타난 갈림길에서 생각지 못했던 길로 들어섰는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한번쯤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바로 휴가지에서 한 권의 책과 함께 말이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 남아 있는 길을 향해 다시 걸어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최고의 휴가가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