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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10/6 : 10+10, 코뿔소의 계절 본문

THINKING/영화

부산국제영화제 10/6 : 10+10, 코뿔소의 계절

pencilk 2012. 10. 15. 23:45

그래도 3주 연속 부산 내려가기의 신기록을 세우며 알찬 부산국제영화제 관람을 마쳤는데, 언제나처럼 귀나치즘으로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기에는 뭔가 많이 아깝기에 잊어버리기 전에 몇 줄이라도 끼적여보고자 한다. 참고로 나의 이번 부산국재영화제 영화 선정기준은 씨네21 추천작, 씨네21 추천작, 씨네21 추천작... 블로거 추천작..... 어디서 주워 들어본 이름의 감독 영화.... 그리고 닉쿤 출연 영화... 뭐 이쯤 되겠다.



10+10

아시아영화의 창 /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감독 : 쉬엔코샹, 청몽훙, 청유치에, 실비아 창, 쳉웬탕, 아빈 첸, 레온 다이, 장초치, 첸유순, 웨이더솅, 샤오야추안, 허우치얀, 첸쿠오푸, 왕샤오디, 위니엔지엔, 양야체, 호위딩, 취엔핑, 왕통, 허우샤오시엔



제작국가 : Taiwan

제작연도 : 2011

러닝타임 : 114min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물론 허우 샤오시엔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렇다면 허우 샤오시엔이 누구인가. 비정성시, 쓰리 타임즈, 카페 뤼미에르, 밀레니엄 맘보 등의 작품을 만든 감독이다. 언젠가 쓰리 타임즈였나 밀레니엄 맘보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혹은 폐막작이었을 거다. 그리하여 나는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고, 이 감독의 영화들을 매년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 메모해왔지만, 깨닫고 보니 나는 지금까지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를 하나도 보지 못했다.(충격) 제목이 하도 익숙해서 다 본 줄 알았다. 근데 매년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리스트 끼적이느라 제목만 익숙했을 뿐 본 게 없네.. 그리하여 어이없게도 이 수많은 대만 감독들이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속 5분짜리 단편영화가 내가 처음으로 본 허우 샤오시엔의 작품이 되었다.


영화 설명에 나와 있는 것처럼 <10+10>은 대만을 대표하는 20인의 감독들이 각자 '대만의 고유함'을 그려낸 옴니버스 영화다. 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실컷 웃기도 하고,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지기 직전까지 가보기도 하고,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이 짧은 영화들은 대만 영화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특히 시골 마을에서 슈퍼를 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5분여의 영화가 끝이 나고 다음 영화가 시작되었는데도 계속 마음이 얼얼하고 눈 앞에 할머니의 표정이 아른거려서 혼났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지만, 그 찰나와 같던 할머니의 무덤덤한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슬프거나 속상하거나 외로울 때 슬픈 표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무덤덤한 표정을 짓던 할머니 때문에,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진짜 우리 어머니들의 표정인 것 같아서.




코뿔소의 계절 Rhino Season

갈라 프레젠테이션

감독 : 바흐만 고바디



제작국가 : Iraq/Turkey

제작연도 : 2012

러닝타임 : 93min


이란에서 더 이상 영화를 찍을 수 없게 된 이란 출신 감독이 터키로 망명하여 찍은 영화. 바흐만 고바디 감독은 터키에서 지내는 동안 감독 스스로 침묵하는 시간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영화에도 침묵의 장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이슬람 혁명을 배경으로 반혁명죄로 30년간 투옥되었던 쿠르드족 시인 사데그 카망가르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여주인공으로 이란 배우가 아닌 이탈리아 배우 모니카 벨루치가 출연하였는데, 그 이유는 원래 이란 배우를 쓰려고 했으나 그랬다가는 그 배우는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이란 배우를 쓸 수 없었다고.


이슬람 혁명 당시의 시대적 상황은 시를 쓴 죄밖에 없는 시인을 반혁명죄로 몰아 30년간 투옥시키고, 그 아내 역시 불손한 시를 쓴 시인의 아내이자 시인의 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년간 투옥시킨다. 남편이 죽은 걸로 알고 살아가는 미나, 30년의 감옥살이 끝에 아내를 찾아 나서는 시인. 시대의 흐름 속에 뒤엉켜버린 운명, 그 앞에서 인간이란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다. 시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여서인지 곳곳에 시가 내레이션의 형태로 흐르고, 환상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 힘든 시적인 영상들도 많이 등장한다. 


운좋게 GV를 예매해서 ㅡ사실 영화 보는 당일까지도 내가 예매한 시간대가 GV인 줄도 몰랐다;ㅡ 감독과의 대화가 4~50분간 진행되었는데, 좋은 질문도 많았지만 통역하시는 분의 오역으로 인해;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좀 아쉬웠다. 그래도 GV 진행해주신 분이 "부끄럽지만 다들 궁금해하고 있을 질문, 내가 대표로 해드릴게요. 제목에 다른 동물이 아닌 코뿔소를 쓴 이유가 무엇인가요?" 라고 질문했을 때는 빵 터짐. 센스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