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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야간비행 / 남방우편기』 본문

THINKING/책, 글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 남방우편기』

pencilk 2013. 5. 13. 03:52
야간 비행/남방 우편기
국내도서
저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Marie Roger De Saint Exupery) / 허희정역
출판 : 펭귄클래식코리아 2008.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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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비앵은 그만 무기를 내려놓고 무겁고 욱신거리는 통증을 살피고 싶었다. 사람은 빈곤 속에서도 풍요로울 수 있으니까. 또한 여기서 소박한 사람으로 살면서 이제부터 변하지 않는 풍경을 창밖으로 바라보고도 싶었다. 이렇게 조그마한 마을이라도 그는 기꺼이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이란 일단 선택을 내린 후에는 자기 삶의 우연성에 만족하기 마련이고 그것을 사랑할 수도 있으니까. 그건 마치 사랑처럼 우리를 포위한다. ㅡp.9

 

2.
이제 그는 야경꾼처럼 밤의 한가운데에서 밤이 인간을 보여 준다는 걸 알게 된다. 이러한 호출, 이러한 불빛, 이러한 불안을 보여 준다는 것을. 어둠 속에 빛나는 소박한 저 별 하나, 그건 외딴 집 한 채이다. 깜박거리다 점멸하는 다른 별 하나, 그건 제 사랑에 대해 문을 닫는 집이다. 혹은 자신의 권태에 대해 문을 닫는 집. 온 세상에 신호 보내기를 멈추는 집 한 채. 식탁 위로 팔꿈치를 괸 채 램프 불빛을 앞에 둔 저 농부들은 자신들이 무얼 희망하는지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욕망이 그들을 둘러싼 광막한 밤 속에서 얼마나 멀리까지 가닿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파비앵은 천 킬로미터 밖에서 날아오면서 크고 깊은 파고가 살아 숨 쉬는 비행기를 들었다 놓았다 하는 걸 느낄 때에, 전쟁터와 같은 폭풍우를 열 번이나 통과하며 그 속에서 한 줄기 달빛을 지나올 때에, 정복하는 기분으로 그 불빛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을 때에, 그들의 욕망이 얼마나 멀리까지 가닿는지를 알게 된다. 저 농부들은 자신들의 전등불이 누추한 식탁만 비춘다고 생각하지만, 팔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누군가는 마치 그들이 무인도에서 바다를 향해 절망적으로 전등불을 흔들기라도 하는 양 그 불빛의 호출에 감동하는 것이다. ㅡp.11~12

 

+
야긴비행 중에 내려다 본 마을에 대한 묘사가 정말 아름답다.
과연 생텍쥐페리.

위의 두 문단은 모두 '야간비행'의 한 부분이다. 
'남방 우편기'는 이상하게 읽는 내내 집중이 잘 되지 않아 좀 고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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