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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꽃> 본문

THINKING/책, 글

김춘수 <꽃>

pencilk 2003. 6. 23. 21:19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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