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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라는 것 - 어쩌면 조금은 벅찬. 본문

ME/Daily Life

글이라는 것 - 어쩌면 조금은 벅찬.

pencilk 2001. 11. 12. 00:22

어쩌면 조금은 벅차다.요즘 나에게 있어서 글이란.
어떻게 보면 정말 미친듯이 글을 써제꼈던 그 때보다 훨씬 안정되고 덜 고민하고, 덜 힘들어하며 살고있는 지금인데도...오히려 지금, 난 글을 쓰기가 더 힘들어짐을 느끼고 있다.

그 때는 너무 힘들어서, 그렇게라도 나를 드러내놓고 싶어서,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힘들다는 말을 그렇게 글에다가 다 토해놓고서... 겨우 그렇게 견뎌나갔었는데... 이제는 무엇이 문제인지 글을 쓰기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든다.


가끔씩은 그 때가 그립다. 물론 시간이 흐르고 난 후니까 할 수 있는 소리겠지만. 그리고 지금 그 때로 다시 돌아갈래? 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테지만.
되돌리고 싶은, 후회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내내 그 생각에 시달리며 운 적도 참 많았는데...이제는 그 때를 떠올려도 그저 씁쓸하게 웃음만 나오고...아예 생각을 하지 않고 살게 된 것 같다. 그야말로 묻어졌다는 것. 이제는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원래 다 그런거지..라고 피식 웃을 수 있게 되어버린 일들.


대학에 와서 갔던 재수동문 엠티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술에 취해본 날, 또 그 얘기를 꺼내며,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마저 또 눈물을 보이고 말았던 내가 생생히 기억난다. 다들 술 마시고 우는 주정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난 술을 마셔서가 아니라 그 얘기만 하면 항상 울었었다, 그 때) 언제나 그 얘기를 하며 울지 않을 수 있을까 하며 달래주려는 사람들을 뿌리쳤었다.
"달래주지 마세요. 그러면 더 울어요."
그게 내가 날 달래주려하는 사람들을 뿌리치면서 했던 말이었고, 그렇게 슥슥 눈물을 닦고 울음을 그쳤었다. 잘 알지도,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앞에서였을까, 아니면 이제 조금은 잊혀진 걸까. 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그날 밤이 지나가고, 난 이제 그 얘기를 웃으면서는 아니더라도 울지 않고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 와서 가장 크게 변한 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그렇게 정말로 묻어져버렸다는 것...


비명홈 설문을 보다가 망각을 감명깊게 봤다는 글들이 보여서 망각을 다시 읽어보았다. 가끔씩 그렇게 망각 감상을 받거나 그 동안 받아놓은 감상을 보다가 보면 다시 망각을 읽어보곤 하는데 그 때마다 다시 그 때의 감정이 되살아나서, 또 이렇게 한 없이 씁쓸해진다.


그래도 가끔씩 드는 생각은...
정말 힘들고 죽을 것만 같이 아팠어도...
무언가 절실한 것이 있었던 그 때가 가끔씩은 그리울지도 모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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