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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집 본문
집이라는 곳이 이런 느낌이구나.
막상 내려가려고 생각하니 빨리 가고 싶어진다. 물론 가기까지의 짐 싸고 택배 부치고 다시 정리하는 과정들이라던가, 이제는 거의 창고로 쓰고 있는 내 방이라든가, 지금 자취하고 있는 내 방보다도 부산에 있는 집의 내 방이 더 작다던가 하는 것들이 조금 걸리적거리긴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려가려고 생각만 하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짜증이 났었는데, 막상 이틀 앞으로 다가오자 빨리 가고 싶어졌다. 집에 가면, 뭔가 정말 안정될 것 같은 느낌. 그리고 편안할 것 같은 느낌.
사실 부산에 가봤자 이제 어머니께서 회사에 나가셔서 집에서 맛있는 밥도 못 해주실 거다. 그냥 자취생활과 비슷하게 내가 차려먹고 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 곳은 '나의 집'일 테니까. 자취하는 것과는 다를 거다.
무엇보다도 부산이라는 지역이 그립다기보다는 부산에 있는 '사람들'이 그리운 거겠지.
모르겠다. 사실 요즘은.
뭐랄까. 공허함?
지금까지의 내 착각에 대한 완벽한 깨달음. 그리고 나는 정말 그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사실의 확인 사살. 올해 들어 거의 처음으로 제대로 눈이 오는 것을 본 오늘 밤에도 나는 씁쓸하게 웃었을 뿐이라는 것. 조금씩 조금씩 더 메말라가고 부석거리며 부스러지는 것 같은 것들.
...내가 써놓고도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피상적인 여러명보다 정말 특별한 한 명이 절실한 요즘이다. 아니, 이것은 요즘뿐만 아니라 언제나 나에게 절실했다. 지금까지 그랬다고 생각해온 사람은 있지만 조금, 아주 조금 멀어진 것 같다고 느끼는 요즘이라 더 그런가. 아니, 멀어졌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전에 비해 자주 연락을 안 하는 것은 사실이니까. (이전에 너무 자주 연락을 했던 거였나?)
문득문득 느끼는 거지만.
나는 참 소유욕이 없는 것 같아 보이면서도
어떤 것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 혼자만 갖고 싶어하는 마음을 은근히 갖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래봤자 나는 정말 평범한 인간일뿐.
나를 사랑해주는 건 나 뿐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