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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본문
연쇄살인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습니다.
범인도 아닌 분들 너무 많이 때렸습니다.
금방 끝날 줄 알았습니다.
잡은 줄 알고 기념사진도 찍었습니다.
능력도 없으면서 너무 열심히 뛰었습니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범인이 끝내 잡히지 않은 연쇄강간살인사건이 추억이 된다? 그것은 살인사건 자체가 추억이 된다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범인을 잡기 위해 죽도록, 미치도록 뛰어다녔던 형사들의 기억이다. 보통의 영화같았으면 범인이 밝혀지거나 밝혀지지는 않아도 범인이 누구인가를 암시하면서 끝이 났을 것이다. ㅡ실제로 살인의 추억의 종반부에서는 박현규라는 유력한 용의자가 등장하지만 결국 영화의 결론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 속으로, 그렇게 미궁 속으로 다시 빠져든다. 실제 연쇄살인사건이 그랬듯이 영화는 어떤 결론도, 끝도 제시하지 않는다.
시간은 흐르고 범인은 잡히지 않고, 그러면서 점점 지쳐가고 변해가는 박두만과 서태윤 형사의 모습은 어째서 살인이 추억이 되는가를 말해준다.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던 서태윤이 서류같은 건 상관없으니 자백만 받아내자며 박현규를 몰아세우던 모습, 그리고 미국에서 온 서류를 보고 울먹거리던 서태윤의 절망적인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는 정말 멋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야말로 사람들의 이목 한 번 끌어보려고 제목을 선정적으로 '살인의 추억'이라 지은 것이 아닌, 진짜 '살인의 추억'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불과 10여년전, 무고한 10명의 여성들이 강간살인당했던 그 곳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무섭도록 평화로운 모습을 하고 있는 마을.
영화는 묻고 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은 당신이 죽인 여자들을 기억합니까?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그리고 나도 묻고 싶다.
당신에게도 그 때의 살인은 추억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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