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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ily Life

무제

pencilk 2004. 7. 11. 01:56

요즘은 커피 한 잔만 (그것도 우유를 엄청 타서) 마셔도 속이 쓰린것 같다. 그 정도로 위가 안 좋은 건가? 아니면 기분 탓인가. 알면서도 커피를 못 끊는 걸 보면 주위에서 자주 말하는 것처럼 나는 진짜 커피 중독일지도. 속이 쓰린 것도 은근히 즐기고 있는 건가.



또 다시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거짓말이다. 하루는 순식간이 아니라 제대로 24시간이었다.
다만 내가 그 시간을 순식간에 흘려보냈을 뿐.


사람은 굉장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때, 또는 그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느낀다. 반대로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그저 멍하니 있다 보면 하루가 지나가버릴 때도 있다. 나는 오늘 그다지 멍하니 있지는 않았다. 대신 잠을 많이 잤다. 8시간이나 자고 일어나서 점심을 먹고 나니 배가 불러서 다시 잠들어버렸다.


잠자는 시간이 길어지면 하루가 순식간에 짧아진다. 그게 싫어서 나는 잠을 별로 자지 않는 편이다. 내가 많이 잤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6시간 이상. 그래서 친구들과 대화가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제 많이 잤는데 왜 이렇게 졸리지?" 하고 중얼거리면 친구가 "얼마나 잤는데?"하고 묻는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보통 '6시간'이다. '5시간'일 때도 있다. 한창 바쁜 학기 중에는 평균 수면 시간이 3~4시간 정도니까. 그러면 친구들은 "그게 뭐가 많이 잔 거야!"라고 말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기준에서는 6시간만 넘게 자버려도 기분이 나빠진다. 방학 때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학기 중에는 특히 그렇다. 3~4시간 자고도 인간은 살 수 있다는 걸, 또는 나는 견딜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그 시간에 뭔가를 했어도 더 했을 텐데, 라고 생각하게 되버린다. 그 '뭔가 더'라는 것이 꼭 공부라든가 독서라든가 하는 교육적인 것만은 결코 아니다. 음악을 더 들을 수 있었을 텐데 라든가, 드라마를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라든가, 친구랑 전화통화를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라든가. 뭐 그런 시덥잖은 것들이라도 자는 것보다는 더 하고 싶은 일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확실히 지금의 나는 다소 소강상태. 사실 꼭 그런 것만도 아닌데 뭔가 그런 느낌이 든다. 멤버들(사실 우리 무리를 멤버들이라고 칭해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어색하지만) 중 3명이나 외국에 있다. 요즘 들어 그 녀석들 외에도 외국에서 여행하고 있는 사람, 유학가 있는 사람, 교환학생 가 있는 사람 등등을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왠지 부럽다고 느끼고 있다. 딱히 외국에 가서 뭘 하겠다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역시 방학이 되니 다들 외국으로 가는 구나 싶기도 하고. 정말 솔직히 말해 꽤 의기소침해져 있었다. 그렇다고 국내에 있다고 해서 내가 막 살고 있다거나 열심히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참 복잡하다. 요즘의 심경은.


아무튼 아닌 척, 또는 이제 그만 하자, 라든가 하는 식의 일기도 쓰고 스스로를 다그쳐 보기도 했지만, 확실히 요즘 누구를 만나든 이런 얘기를 많이 하는 걸 보면 내 마음 속에서 아직 뭔가가 궁시렁거리고 있다.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늘 일기라든가 뭔가 글을 씀으로써 마음을 정리했다. 진짜 심란하고 정리가 안 될 때는 일기를 잘 쓰지 않는다. 그러다 이제 충분해 그만하자, 싶을 때라든가 뭔가 정리해보자, 싶다든가 할 때 두서없이 뭔가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글을 쓰다 보면 뭔가가 정리되는 느낌이 들고 언제나 결론은 밝고 활기차게 난다. 이대로 무너지지 않아, 나는 잘 하고 있어, 이제 그만 고민하자, 등등. 그래서 어쩌면 내 홈페이지에 있는 일기들만 보는 사람들은 언제나 진취적으로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뭔가 의기소침해있을 때라면, 일기니까 그냥 그런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도 좋지 않을까. 홈페이지의 일기야 누군가 와서 보는 일기니까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아무도 볼 수 없는 secret방도 있고, 아니면 그야말로 종이일기장에 써도 될 텐데. 중학교나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 와서도 한동안은 계속 썼던 일기장 노트를 봐도 그런 것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쓴 거니까 시간이 지난 지금에 보면 그 감정이 빤히 다 보이긴 하지만 정녕 당시의 일기에는 내 기분을 숨기기에 바쁘다. 온통 아니야, 아닐 거야, 그러지 말자, 등등. 그런 글들을 보면서 나는 어이 없다는 듯 비웃어주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기네. 다 보이는 구만. 바보 아냐? 나는 도대체 아무도 볼 리 없는 일기장에다까지 왜 그러고 있었을까.


일기를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횟수가 늘어갈 수록 글로 쓰고 나면 정말 내가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을 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정말 그런 기분이 들곤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도 안 될 때가 당연히 더 많다. 자기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굉장힌 일이겠지만, 그런 게 가능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겠지.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나의 마음인데 내가 아니면 누가 컨트롤하나 싶기도 하다. 이런 종류의 생각들은 언제나 결론이 안 난다. 그러니 관두자.



방학이 되고 나서의 나의 생활은 기본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언제는 안 많았냐만은.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가. 장한 듀 녀석들은 잡지에 미페 준비에 바빠 죽을 듯 보이지만 즐거워한다는 게 눈에 보여서 참 보기 좋다. 한울 18기들도 이제 다들 사시, CPA 등등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학기 초에 연락해도 전화 안 받는 녀석들도 많아졌고 고시원에도 몇 명이나 들어갔다. 주위에 취직한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내 나이가 되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부담없이 연락해서 놀자고 할 만한 친구, 또는 놀자고 연락 오는 친구들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지만, 나는 참 먼저 연락 안 하는 편이다. 물론 게중에는 이상하게 항상 내가 먼저 연락하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문득 생각나는 친구라든가가 있어도, 요즘 걔 어떻게 지낼려나 하고 궁금해지곤 해도 연락하지 않는 편이다. 바쁘면 어쩌나 생각하게 되고 특히 요즘은 공부하는 녀석들이 많아져서 공부하는 데 방해되겠지 하고 생각하게 되고 만다. 참 모순되게도 오늘처럼 날씨가 좋거나 한 날 집에 있으면 왠지 밖에 나가고 싶고 누군가 만나고 싶기도 한데도, 막상 누구한테 연락을 해볼까 하고 생각하거나 돌아다닐 생각을 하면 갑자기 그냥 혼자 있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버리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만나고 싶긴 한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없다 라든가. 이런 감정은 누구나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특히나 자주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게 점점 더 심해져서 나중에는 겉잡을 수 없게 되버린다. 시간이 꽤 많이 지나버리면 뭔가 관심사나 그런 게 너무 다르다든가 하는 걸로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지 하고 걱정하는 내가 있다. 그다지 말 안해도 되잖아, 라고 剛처럼 해버리고 싶지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이 아닌 일대 일 단 둘이 만나는 상황에서는 언제나 침묵이 흐르지 않게 내가 뭔가 떠들고 마는 성격이기 때문에 잘 안 된다.


최근에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하고도 엄청나게 떠든 듯한 느낌이 든다. 언제나 그렇지만, 누군가와 단 둘이 하면 나는 엄청나게 많은 말을 한다. 물론 오랜만에 만나서 하고 싶었던 말이 쌓여서였던 경우도 많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너무 많이 말한다, 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 차라리 그걸 즐거워하면 될 텐데, 문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많이 말하고 나서는 엄청나게 피곤해하고, 심지어는 그래서 먼저 누구에게 만나자고 하거나 하는 데도 망설이곤 한다는 것이다. 最悪だな。


그러고 보면 고등학교 시절 통신을 한창 할 때 나를 따르던 동생들이 꽤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가 컸을 거다. 만나는 횟수보다 전화하는 횟수가 훨씬 많고 만난다 해도 뻘쭘할 수밖에 없는 통신으로 알게 된 사이라는 특성상 잘 떠드는 나는 꽤나 재미있었는지도. 뭐 나도 은근히 나를 따르는 애들이 있는 걸 즐겼을지도 모르니 할 말은 없지만. 그 때야 떠들 필요가 있었으니까 그렇다 치지만 떠들 필요 없는 상황에서도 뭔가 떠들고 있는 나는 싫다. 하지만 대부분 요즘의 놀거리라는 것이 밥 먹고 커피 마시고 그 정도라, 같이 책 읽기라든가 같이 음악 듣기라든가도 할 장소가 없지 않은가. 즉 만나서 할 일이 먹으면서 떠드는 것밖에 없으니. 성화주랑은 주로 같이 책 보거나 음악 듣는 걸 하다보니 말 없이도 몇 시간이고 잘 보냈던 것 같은데.

 



...
대체 얼마나 지껄인 건지.
길어도 너무 길군. 방금 전까지 무슨 말을 썼는지 기억도 안 난다.
펜으로 쓰는 게 아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글은 항상 이런 식이다. 그래서 그동안 썼던 글들도 항상 이런 식이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면 놀란다.)


이 정도 쓰고 나면 언제나처럼 자 이제 그만 헛소리하고 낼부터 다시 간바리마쇼, 라든가 활기찬 결론을 내야겠지만 이번에는 이대로 횡설수설인 채로 끝내버려야지.


まあ、いい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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