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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ily Life

일지매

pencilk 2008. 7. 23. 23:38

요시마타 료의 OST와 초반의 죽이는 대본, 그리고 이준기의 연기력으로 또 하나의 명작 하나 나왔다며 엄청나게 아껴가며 봤던 드라마인데. 그래서 야근에 쩐 상태에서도 수면 부족으로 헤롱거리면서도 책방이십사 블로그( http://blog.yes24.com/yes24bookc )에 그 장문의 글까지 썼건만.

20회에 끝내려고 막판에 너무 달린다.
달리는 거치고 그렇게 구리진 않다고 계속 위안해 왔는데.
아아, 뒤로 갈수록 아쉬움은 더 커져만 간다.
이젠 아예 대놓고 내가 일지매여~ 떠들고 다닌다. 모냥 빠지게.

19회가 끝난 직후 SBS 일지매 사이트에 접속했더니 사용자가 많아 접속이 불가능할 정도였는데, 그 수많은 시청자 게시판의 사연들을 보니 너무 급전개다, 1회랑 이야기가 안 이어진다, 아니다 이어진다, 각자 자기가 아는 내용 떠들어대고 있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글이, "실망했다고 하지 마세요"
이유인즉슨, 얼마나 고생해서 촬영하고 있는데, 다들 얼마나 힘든데, 내일이 마지막회인데 내일 오전까지 촬영한다고 얼마나 힘들겠냐고, 내일 날씨는 비 오는데 기온은 폭염 수준이라고. 그러니 실망했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고.

바로 내가 지금 이 글을 끄적이게 한 글이었다.

고생하는 거 알고, 얼마나 힘들지도 아는데, 그런데 말이지.
그래도 실망이다, 라고 말하는 건 시청자의 권한이고.
드라마 초반부터 챙겨보고 애정을 갖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망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가 일지매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건 학생들의 학예회가 아니니까.
<일지매>라는 드라마 작품으로 앞으로도 계속 남게 될 테니까.
영화처럼 감독판이 나올 리도 없고, 이게 정말 끝이니까.
온에어의 대사를 빌리자면,
"최선은 누구나 다 해요. 최선을 다 하는 건 프로가 아니예요. 잘 해야 프로지."
이 말을 해주고 싶은 거다.

작가가 연장방송 될 줄 알고 앞부분은 그렇게 천천히 가고 뒤에 이렇게 몰아치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끝이라고.
제작비가 그렇게 많이 나왔는지, 시청률이 4~50% 안 나와 주는게 그렇게 아까웠던 건지, 작가는 앞부분에 그렇게 촘촘하고 완성도 있게 진행하다가 완급 조절을 못하고 끝에 가서 이렇게 몰아칠 수밖에 없었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건지, 그런 건 그들의 사정이고.
그냥 작품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이건 프로의 작품으로서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준이라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다.
차라리 앞에 그렇게 잘 풀지나 않았음 몰라.
충분한 시간적 여유와 제작비 여건이 주어졌으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거라는 것이 너무도 뻔히 보여서 더 화 나고 억울하고 아쉬운 거다.
앞에 그렇게 잘 풀어놓고 끝에 가서 이렇게 허무하게 가다니.

그래서 나는 요즘 다시 <개와 늑대의 시간>을 보고 있는 거라고.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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