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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ㅣ 애니밴드(Anyband)

pencilk 2007. 11. 17. 14:53






애니밴드 (Anyband) - 애니밴드 (Anyband)
(주)제일기획 | 2007년 11월


1. TPL (Talk Play Love)  *
2. Promise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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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거의 하루 종일 듣고 있는 싱글 앨범. 단 두 곡뿐인데도, 그 두 곡을 거의 하루 종일 듣는다. 들으면 들을 수록 좋다. 신이 나기도 하고, 위로 받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에픽하이 4집도 최고였지만, 이번 애니밴드 싱글은 정말 최고다. 역시 돈 많은 회사는 다른 건가. 제일기획, 이런 기획을 내다니. 당장 눈 앞에 보이는 수익이 없어도 이런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부터가 대기업이니까 가능한 것이지만. 'Talk. Play, Love'라는 카피 역시, 처음 들었을 때는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애니밴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느꼈다. 최고의 카피구나.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을 확 끌어당기고 묘하게 가슴 속 무언가가 꿈틀거리게 하는 카피가 아닌가.

노래 가사로 연결되는 이 카피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물론 타블로가 작사할 때 이미 가사에 대한 압력이 있었겠지만, Promise You에서 '잠을 깨운 울림 Any Talk & Any Play Oh~ Any Love' 부분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했다. Anycall이라는 브랜드 네임도 참 잘 지었구나. 왠지 'any'가 들으간 단어들을 모두 사랑하게 돼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꼈을까? Anywhere you go I'll be there 란다. 내가 너를 지켜줄게, 내가 너를 믿어줄게, 모든 아픔을 지워줄게, 란다. 톡, 플레이, 럽 하란다. 사실 그리 새로울 것 없고 대단히 참신한 표현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강렬하고 짧은 메시지가 직선으로 가슴에 와 박힌다. 그래, 세상에 톡 플레이 럽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그런 거다. 너도 할 수 있어. 너도 톡 플레이 럽 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톡 플레이 럽 해.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 수단으로 슬쩍 애니콜 휴대폰을 내민다. 그 역시 쌩뚱맞지도, 억지스럽지도 않다. 맞는 말이다. 휴대폰이야말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사랑하는 가장 주요 수단 아닌가. 굿.

하지만 톡 플레이 럽 광고만 봤을 때는 그 카피에 그렇게 열광하지는 않았다. 역시 그 카피를 살린 건 애니밴드다. 광고를 위해 만들어진 밴드가 심하게 노래가 좋았고, 멤버 구성도 훌륭했으며, 가사도 죽이고, 뮤직 비디오는 더 죽였다. 안테나를 들고 노래하는 신도, 옥상 위에서 노래하는 신도 참 멋있었다. 무엇보다 그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매개체 역시 애니콜 휴대폰이다. 머리 좋은 놈들. 정말 그 뮤직비디오 보고 있으면 휴대폰이 엄청나게 소중하고 대단한 물건으로 보인다. 마치 혁명을 일으키는 마지막 수단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이거 원 쓰다 보니 결국 제일기획의 기획력에 대한 끝없는 칭찬;(쿨럭)

아무튼 이런 새로운 즐거움을 하나 더 제공해주는 것이 광고 기획사라는 것이 좀 아이러니하긴 하지만 나로서는 참 즐겁다. 가수를 배출해내는 수많은 연예 기획사들이 헛다리 짚는 사이에 광고 기획사가 이런 멋진 조합을 만들어냈다. 뭐 어떤 면에서는 광고 기획사니까 가능한 것이겠지만. 이런 모습의 보아를, 이런 모습의 준수를 어디서 또 보겠는가. 동방신기라는 틀에 박혀 있던 준수가 아닌 애니밴드의 준수는, 비록 보아를 심하게 살리는 노래 덕분에 코러스냐는 소리까지(쿨럭) 듣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멋있다. 너무 좋다. 정말 이들의 콘서트는 한 번 가보고 싶다. 계속 활동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분위기의 노래, 이 보컬에 이 랩에 이 피아노를, 이렇게 단발성으로 끝나고 듣고 다시는 못 듣는다는 건 너무 아쉬운데. 한 곡 더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노래가 더 많지 않아서 아쉬워 죽을 지경이다.

Anywhere you go I'll be there, Anywhere you wanna go
내가 너를 지켜줄게 Anywhere you go
내가 너를 믿어줄게 Everywhere you go
모든 아픔을 지워줄게 Stay in me
You can talk, you can play, you can love

모든 게 다 변해간대도, You can talk, you can play, you can love
모두가 다 떠나간대도, it's okay, I will be by your side

이 가사가 요즘 나를 많이 흔든다. 이상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