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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농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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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나, 인간 운명의 최고 법정에서 정해져 버린 나의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은, 내게 있어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 이미지는 비록 아무리 나를 닮지 않았다 하더라도, 나 자신보다 훨씬 현실성이 있고, 그것은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내가 그것의 그림자며, 나를 닮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이미지가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닮지 않은 내가 나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진짜의 나와 이미지가 전혀 닮지 않았다는 사실이야말로 누구에게도 짊어지게 할 수 없고, 바로 내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사람은 젊었을 때의 자기 모습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커다란 이점을 갖고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혐오에 빠져 그 편지를 모조리 찢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는 증언에는, 오늘날의 내 입장, 오늘날의 내 소신이 너무나 짙게 배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옛날의 자기 모습에 덧칠을 하지 않은 추억이란 어떤 것일까? 현재와 과거라는 두 개 얼굴의 동시 노출이 아닌 추억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내가 실제로 어떤 인간이었는가 하는 것은 결코 아무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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