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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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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지지 않는다는 말』

pencilk 2013. 4. 8. 07:53
2012. 8. 13.
지지 않는다는 말
국내도서
저자 : 김연수
출판 : 도서출판마음의숲 201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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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대장치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그 선배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선배가 내게 한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냐? 두고 봐라."

두고 본 결과, 그 선배의 말은 맞았다. 과연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알래스카에 가서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하지만 오로라는 딸아이가 하는 닌텐도의 게임 '동물의 숲'에서 간신히 보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은 대학교 시절이 끝나면서 '인생이라는 건 뭐 그 모양'이라는 걸 깨달았다. 두고 볼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해서 하기 싫은 일을 반드시 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 않은가? 오히려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까 하기 싫은 일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지.

달리기에도 질문이 있다면, 그건 "달리고 싶어서 달린 건 언제가 마지막인가?"가 될 듯하다. 같은 '달리기'라는 말로 부르지만, 몸을 움직여 뛰는 행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달리고 싶어서 달리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의 강요로 억지로 달리는 일이다. 전자를 '달리기'라고, 후자를 '후달리기'라고 하자.

 


+
피사를 거쳐 친퀘테레로 가는, 에어컨이 안 나와 열어놓은 창문에서 바람이 들어오길 기대하며 제발 역이 나와도 멈추지 말고 계속 달리기만을 바라게 되는 기차 안에서 읽는 김연수는 여전히 좋다. 그렇다. 내게도 후달리지 않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있는 거고. 

++
2014.11.18.
지지 않는다는 말을 피렌체 여행 중에 읽어서 따로 포스팅을 하지 않았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음.
생각난 김에 다시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