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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머서, 『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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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해 여름, 삶은 표류했다. 그러나 때로 게으름이 사람을 내리누르기도 했다.
2.
어느 날 오후 조지는 홀로 죽어간 톨스토이 이야기를 했다. 톨스토이는 열차 객실 안에서 문을 잠근 채 플랫폼에서 울고 있는 아내조차도 작별 인사를 하러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그런 다음 조지는 마르크스의 장례식에 대해 퀴즈를 냈다.
"사람들이 얼마나 왔을 것 같나?"
나는 수백 명이 아닐까 하고 대답했지만 조지는 우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일곱 명이었다.
조지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 나는 모르겠어. 아무도 해답은 모르지. 그 답을 아는 체하는 사람은 싫네. 인생이란 많은 분자의 춤일 뿐이야."
+
아주 오래 전에 친구가 준 책이었다. '우리 회사에서 나온 책인데, 뭐 대단히 재미있지 않아도 읽을만 해. 한번 봐봐.' 라는 다소 담백한 추천사와 함께.
그 친구의 추천은 한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기에 그녀가 조금만 강하게 추천했어도 아마 난 다른 책들을 제쳐놓고 이 책부터 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시 내 방 곳곳에는 내 손으로 직접 사놓고도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었고, 이 책은 친구가 편집에 참여한 책에 밀려 책장 어딘가에 꽂힌 채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그리고 얼마 전 책장 정리를 하다가 문득 이 책을 발견했고, 나는 화들짝 놀랐다. 그러고 보니 이 책, 파리에 관한 책이잖아. 그것도 셰익스피어 & 컴퍼니에 관한! 아무 대책없이 일단 회사를 때려쳤고, 다음주 금요일이면 나는 파리로 떠날 텐데, 3년 전 파리에 갔을 때 주위를 몇 번이나 빙빙 돌면서도 지도 보는 게 귀찮아서 결국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찾지 못했던 내게 이 책은 어떤 운명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내용마저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고 새 직업을 구하지 못한 채 도피하듯 파리로 떠난 주인공이 작가라면 누구나 무료로 재워주는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발견하고 그 곳에서 생활하는 이야기다! 퇴사, 파리, 끝내 찾지 못했던 셰익스피어 & 컴퍼니, 그리고 작가. ...운명이다.ㅋ)
다음주 이맘때면 나는 파리에 있겠지.
이번에는 셰익스피어 & 컴퍼니를 제일 먼저 들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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