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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음악

음악ㅣ TOY, 유희열, 그리고 시간들

pencilk 2013. 6. 13.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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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펍에서 토이의 음악들로 디제잉을 한다고 해서 갔다. 일행 중에는 최근까지도 희열님에 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열렬히 토이를 사랑하는 사람도 있었고, 유명한 몇몇 곡은 들어봤네 하는 정도로만 토이를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함께 토이의 노래를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그 노래들이 존재했던 우리들의 그 언젠가를 회상하며 수다를 떨었다. 희열님에 대한 빠심이나 토이의 음악성에 대한 찬양을 위한 자리가 아니었다. 그 때는 각자 다른 곳에 있었지만, 심지어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간에 우리는 어쩌면 만약에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하고, 그렇게 우리는 각자가 간직하고 있는 서로 다른 추억들에 함께 공감했다. 마치 그 시간들 속에 우리가 함께 존재했던 것처럼. 


오늘 참으로 오랜만에 토이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내게도 라디오를 들으며 테이프에 좋아하는 노래들을 녹음하고, 음악도시에 나온 노래들을 찾아서 듣고, 밥 사먹으라고 받은 용돈으로 CD를 사모으면서 그것이 가장 큰 행복이었던 십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토이의 노래들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나의 십대 시절과 한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들에 조금 얼떨떨하기도 했다. 지나고 나서야 좋아했었구나 하고 느꼈던 그 사람이 잘 불렀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누가 날 위로해줄지 누가 내 편이 되줄지 창밖만 바라보는 오늘도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가사가 가슴을 후벼파서 감수성 폭발하는 밤이면 눈물까지 찔끔거리며 들었던 '혼자 있는 시간', 그 누구도 곁에 두지 못하고 혼자서 우울의 바닥을 쳤던 시기에 '나를 위해 스스로 만든 지독한 상처는 용기없는 혼자만의 안쓰런 위안'이라는 가사로 내 뒷통수를 내려쳤던 '안녕 이제는 안녕', 내게는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만큼이나, 그리고 김윤아의 '봄날은 간다'보다 더, 쓰라리게 느껴졌던 노래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나면', 전주만 들어도 설레는 '거짓말 같은 시간'과 '여전히 아름다운지'까지.


그 노래들이 존재했던 나의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