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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ily Life

편견

pencilk 2003. 4. 11. 08:22

청강하는 사회학 수업에서 C.라이트 밀즈의 <사회학적 상상력>을 읽고 서평을 쓰라는 과제가 나왔다. 물론 청강이기에 나는 서평을 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편안한 마음으로 읽기 시작한 책에서, 나는 또 결코 그 책의 핵심이 아닐 어떤 문장에 몰입하고 말았다.

「물론 나는 모든 판단이란 숨김없이 명백해야 한다고 생각하므로 나 자신의 편견도 모두 드러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나 자신의 판단과는 무관하게 사회과학의 문화적 정치적 의미를 진술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내 편견이 다른 사람들의 편견보다 좋다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나 자신이 나의 편견을 명백히 하고 시인하듯이 나의 편견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내 편견을 명백히 거부함으로써 자기의 편견을 명백히 하라는 것이다.」


어떠한 대단한 과정을 거쳐서 나온 결론도 결국은 일종의 편견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절대적으로 옳거나 절대적으로 그른 것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사람은 그 누구도 객관적일 수 없다. 지극히 주관적인 인간들이 모여서 그나마 의견이 일치하는 어떤 것을 기준으로 만들고 법, 도덕, 관습 등을 만들어 놓았을 뿐.  

그러니까 자신의 생각과 다르거나 틀렸다고 생각되는 다른 누군가의 생각에 대해 거부하려면 확실히 거부하고, 대신 자신의 생각에 대해 다른 사람들 역시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소리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어떤 생각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난하면서, 자신의 생각은 무조건 옮다는 식의 논리는 정말 아니라는 뜻. 내가 틀렸을 수도 있고 네가 틀렸을 수도 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굳이 누가 더 옳다고 판단을 내릴 필요도 없지 않은가. 사회에서 어느 쪽이 더 옳다고 손을 들어준다 한들, 내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은 여전히 아니고 맞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전히 맞게 느껴질테니. 


결국 그렇게 각자의 세상에서 산다. 모든 것에 대해 자의적인 해석을 내리고, 그리고 그것이 옳다고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오직 착각 속에서 사는 거야, 진실이 무엇인지 우리는 죽어도 알 수 없어'라며 비관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나만 모르는 게 아니라 아무도 모르니까. 
살 맛 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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