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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ily Life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는 것

pencilk 2003. 4. 6. 11:07

알고 있지만 아는 척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알고만 있을 뿐 아무 도움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애는 그걸 모를 것이다. 아무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혼자만 힘들어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다 알면서도 그냥 막연히 지켜볼 수밖에 없다. 참 막막하다.

힘들지만, 너도 힘들 거라는 거 알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 섭섭하지만 니가 그러는 게 너무 잘 이해가 가서 또 다시 침묵한다. 아마 너도 그렇겠지. 그렇게 침묵이 많아지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척'의 공간이 우리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참 씁쓸한 기분, 안타깝지만 그 누구도 해결 방법을 갖고 있지 않다.

나름대로 바쁘고 부지런하게 사는 편이었던 나는 사실 그 애를 조금 동경 비슷한 것도 했었다. 늘 여유로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여유로움을 많이 잃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나는 오히려 그 전보다 훨신 여유로워졌는데...

우리는 모두 변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학년이 올라가고, 그리고 정말 눈 앞에 현실이 닥쳐오니까.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각자가 거의 같은 상황 속에서 살고 있었지만 이제는 다들 너무도 다른 길을 향해 걸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마음에 쌓아두는 것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그게 쌓여서 앙금이 되거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이유를 설명할 순 없다. 그냥 그런 것. 침묵의 자리는 서로에게 불만이 쌓여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흔적같은 것이 아닐까. 속내를 다 드러내보이지 않아도 알고 있고, 알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닌 척 하고, 그것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하기에는 조금 어색한 감이 있긴 하지만 확실히 나쁜 감정은 아니라는 소리다.

물론 언젠가 우리들 중 누군가가 굉장히 지치는 날이 올 거다. 이런 상황에. 언제까지고 모른 척 할 수는 없겠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딱 1년 전으로만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 때는 우리에게 침묵이라든지 모른 척 해주는 것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조금은 답답한 침묵이 언젠가 터진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닐 거라는 것... 그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분명한 건, 나는 절대 이 친구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것. 시간이 흐르고 자란다는 것,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씁쓸한 일인 것 같다.


 
愛동국心   03/04/07
어른이 된다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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