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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낯선 한국 생활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본문
매년, 또는 매학기마다 외국에서 교환학생들이 한국에 오고 있다. 각 대학은 교환학생들을 현지인 친구와 연결해주는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외국 교환학생들은 현지 학생들과 1:1로 연결되어 도움을 받는다. 참여하는 현지 학생들도 교환학생들과의 교류를 통해 외국 문화와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 외국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도 하다.
낯선 한국 생활의 도우미
현재 고려대, 경희대, 계명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이 버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재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언어권의 교환학생을 신청서에 적어낸다. 인터뷰를 통한 외국어 능력 시험을 통과하면, 학교측에서 최대한 학생들이 원하는 학생끼리 연결시켜준다. 대부분 자신있는 언어권의 교환학생과 연결되기를 바라지만 100% 보장되는 건 아니다.
버디 프로그램 참여 학생들은 공항 마중에서부터 학교 캠퍼스 안내, 한국 문화 소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한다. "교환학생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은 버스 타기, 캠퍼스 건물 찾기처럼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어요." 지난 해 버디로 활동했던 김혜영(가명·22·고려대)씨는 버스 노선을 유난히 못 익혔던 자신의 버디 때문에 어딜 가나 항상 따라다녔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제 도움 없이 아무 것도 못하니까 마치 제가 엄마라도 된 것 같았어요. 나중에 그 친구가 제법 길을 익힌 것을 보니 괜히 제가 더 뿌듯하더라구요."
세계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의 문화를 알린다
각 대학들은 버디 제도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한 학생들의 친목을 도모하고 교환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계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다. 그 중에서도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들이 주를 이룬다. 연세대 버디 시스템의 경우 시티투어, 다도 배우기, 도자기 체험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경희대의 경우는 타 대학들과는 조금 다르다. 교환학생들과 외국어로 '의사 소통'할 수 있는 학생들을 버디로 뽑는 대부분의 대학들과 달리 '한국어 도우미'를 뽑는다. '한국어 도우미'들은 약 열흘 간 학교에서 제공하는 도우미 활동교육을 받은 후 교환학생들의 한국어 공부, 과제 등을 도와준다. 버디 참가자들은 학교에서 하는 단체 프로그램 외에도 개별적으로 경복궁, 인사동 등 한국 명소를 함께 견학하며 한국 문화 전달에 힘쓰고 있다.
"버디로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동안 한국인인 제가 정작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그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온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구요. 많은 공부가 되었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게 해주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도우미 홈페이지(http://dowoomi.iie.ac)에 손언익(정치행정학부 4학년)씨가 남긴 체험 수기 중 일부다. 그는 버디 프로그램으로 만난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 그 동안 자신도 잘 몰랐던 한국 문화를 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버디로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동안 한국인인 제가 정작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편 그들이 한국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온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구요. 많은 공부가 되었고, 외국인 친구도 사귀게 해주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 도우미 홈페이지(http://dowoomi.iie.ac)에 손언익(정치행정학부 4학년)씨가 남긴 체험 수기 중 일부다. 그는 버디 프로그램으로 만난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면서 그 동안 자신도 잘 몰랐던 한국 문화를 좀 더 깊이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외국문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고 좀 더 객관적으로 내 조국인 한국에 대해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박문영(26·계명대)씨는 대학에서 외국인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했고 군대에 있을 땐 미군들과 함께 복무했다. 제대 후 그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하고 교내 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일본 교환학생들과의 생활하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일본인, 일본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많이 고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집단을 위해서 개인을 많이 자제할 줄 아는 일본인의 모습을 한국인도 배워야 한다고 느꼈다. 버디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 문화와 그들의 사고방식을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인다.
취지에 따라주지 않는 현실
버디 프로그램 참가자 중에는 자신의 버디와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학교들이 초기에 학생들을 연결만 시켜주고 그 이후 활동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교환학생들은 먼저 연락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원만한 관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재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만만치 않다. 학교의 지원금이나 특별한 혜택이 없어 재학생들은 자신의 개인 시간을 할애하고 사비를 들여가며 교환학생들을 만나야한다.
처음에 버디를 선정해주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전혀 모르는 두 사람을 학교가 일방적으로 연결시켜주기 때문에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 "학교에서 연결해주는 대로 파트너가 정해지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전혀 몰랐죠. 제 버디와는 성격이 잘 맞지 않았어요." 장지영(가명·24)씨는 버디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을 하고도 자신의 버디와 몇 번 만나지 못했다. 그는 참여하고싶은 마음은 컸지만 막상 정해주는 대로 누군가와 갑자기 만나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세대는 버디를 지정하기 전 학생 전체가 MT를 간다. 학생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지내며 친해진 후 마음이 맞는 버디를 적어내도록 하고 최종적으로 버디를 결정한다. 이 대학 국제교류 교육부 한 관계자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파트너를 정하면 성격이 안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MT 제도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계명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대략 1개월 전부터 버디들과 외국인 학생들이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분을 쌓아가도록 하고 있다.
"홍보가 잘 안 돼있는 것 같아요. 홍보만 잘 되어도 이 프로그램이 좀 더 발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연세대 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한영수(25·경영학과)씨는 학교 내에서 버디 프로그램을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중간고사가 끝날 때쯤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가 올라오는 것이 전부다. 다른 대학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버디 프로그램이요? 그게 뭐예요?" 버디 프로그램이 뭔지 아느냐는 질문에 대한 조현미(22·고려대 법학과)씨의 반응이다. 학교에서 제대로 홍보를 한 적도 없고 주위에 참여한 친구도 없어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지조차 몰랐다.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 줄 알았다면 저도 참여해봤을 텐데 아쉽네요."
우린 친구예요
버디 프로그램 참여자들은 교환학생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안내자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화여대에서 2년째 버디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영(23·교육공학과)씨는 버디 프로그램에서 만난 독일 학생과 2년째 연락을 하고 지낸다. 물론 처음에는 낯선 외국인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서로를 배려하면서 우정을 쌓아갔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때 그 애가 몸이 많이 아팠던 모양이예요. 말이 안 통하니 약도 못 지어먹고 누워있다고 해서 제가 다음날 아침 일찍 약을 지어서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너무 고마워 하더라구요. 그 이후로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이 그 친구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단순히 외국어 실력을 향상시켜 보겠다는 생각으로 버디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오래 견디지 못한다. 자신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버디를 챙겨주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버디 프로그램은 대학이 인위적으로 관계를 맺어주기는 하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친구'가 되게 해준다. 좀 더 개선된 프로그램과 진심으로 친구가 되려는 한국 학생들의 참여가 있을 때 버디 프로그램의 취지가 살아날 수 있다. 외국 학생들을 단순히 '외국인'으로만 보지 않고 '친구'로 다가가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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