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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cilk
집에만 있지 말고 석촌호수라도 한 바퀴 돌고 오라는 엄마의 전화에, 별 생각없이 그 자리에서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마실 나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생소했고, 그리고 아직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개나리는 노오랗게 봉우리를 맺고 있어서 이제 정말 4월이, 봄이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촉각으로가 아닌 시각으로는 정말 봄이 오긴 왔나보다.
작년 생일엔 나영이와 춘천에 갔었는데,올해 생일에는 헤이리 예술마을에 다녀왔다.그녀의 카드에 적힌 말대로 우리가 이렇게 연이어 생일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의미로는 둘 다 백수이기 때문인데(웃음), 그래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기뻤다.2년 연달아 생일을 그녀와 함께 보내서 그런지,문득, 작년 생일과 올해 생일 사이의 1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내가 일본에 있었다는 것이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헤이리는 문화예술마을이다.크고 작은 갤러리, 북까페 등이 많고모든 건물들은 내노라 하는 건축가들이 지어 그야말로 작품이다.아직은 공사하고 있는 곳도 있고 해서 조금 황량한 감도 없지 않아 있고화려하고 아기자기한 예쁜 마을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아직은 조금 실망을 줄 수도 있겠지만한적하고 여유로운 곳을 갈..
오늘의 플래너는 성화주.신촌에서 최초로 원두커피를 팔기 시작했다는굉장히 다방틱하면서 죽이는 커피향으로 가득한 까페(이름 까먹었다;). 그리고 홍대 앞에서 엄청 유명하다는 'bar 다'. 비록 길 제대로 알긴 하냐는 둥 진짜 좋냐는 둥우리들의 온갖 궁시렁댐과 갈굼을 당하긴 했어도결론적으로 그녀의 선택은 언제나 모두를 만족시켰다.어디서 이런 데는 다 알아내는지.멋진 년.ㅋㅋ
오늘 졸업식에서 나의 대학시절 친구들 중 4명이 졸업을 했다.dew가 맺어준 이 인연들은dew 만큼이나 내 대학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여인들이다.이제 우리들 중 나만 제외하고 모두 졸업을 했다.내년에야 졸업하는 나는그녀들과 나란히 학사모를 쓸 수 없음은 아쉬웠지만이렇게 웃으며 함께 사진 찍을 수 있어 기뻤다.모두들 졸업 축하하오. 성공적인 설정샷.진짜 학사모를 던져버리니 사진에 잘 안 찍힌다 하여모두들 던지려는 동작에서 멈춘 상태로 찍은 사진임.ㅋㅋ
엄마랑 테크노마트에 갔다가테크노마트 옥상에 있는 하늘공원에서 내려다본 한강.언제나처럼 선유도나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바라보던 한강이 아닌강변에서 바라보는 한강이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쪽 동네는 아직은 내게 낯설다.주위 지하철역 이름들조차 아직 순서대로 다 외우지 못하고 있고 지하철을 타러 간 잠실역에서 롯데월드에 가기 위해 북적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콘서트를 가거나 롯데월드에 가거나 하는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보이던 풍경이 일상으로 펼쳐지는 것에 대해 여전히 낯설기만 한 나를 본다.하지만 이 역시 곧 익숙해지겠지.
한국에 돌아오면 하고 싶었던 것들이 참 많았다.부산에 있으면 나는 좀 나태해진다.이유를 대자면 내 짐을 다 서울로 옮겨버린 탓에스탠드가 없어서 이제 부산 집에서는 길게 글을 끄적일 수 없으며인터넷은 가능하지만 내 컴퓨터가 아니라서 제약이 많고무엇보다도 컴퓨터 하러 방에 들어가버리기보다는조금이라도 더 볼 거 없는 티비 채널이라도 돌려가며 부모님과 거실에 있다가부모님이 다 주무시고 난 후에나 방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읽고 싶었던 책들은 너무나 많아서 다 지르고 싶은 것을 겨우겨우 참아가며 조금씩 사들이고 있는데, 문제는 하루에 몇 줄도 읽기가 힘들다는 거다.앞에 언급한 이유들도 있고,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나태해져 있을 틈도 없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뭐 지금은 지금대로 좋다.서울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피할 수..
일본에 있을 때 친구의 편지에서 읽고 꼭 한 번 가고 싶다 생각했던 김해에 갔다.친구가 말했던 대로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은 것이 딱 우리 스타일.(여기서 우리는 내 주위에 있는 몇몇 인간들.ㅋㅋ)빌딩 천지에 아스팔트 도로 뿐인 도시에서는 잘 느낄 수 없었던'겨울'이 너무나 선명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겨울뿐만 아니라 어느 계절이고, 그 계절다움을 그대로 드러낼 듯한 곳.
워낙에 영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 도쿄의 날씨에돌아갈 때까지 눈 볼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고문득 눈이 보고 싶어 니이가타에 가볼까 하고 기차표까지 알아봤었는데,뜻밖에 도쿄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보게 되었다.레포트 쓰느라 거의 밤을 새고 또 한잔의 커피를 타러 거실에 나왔다가창밖으로 보이는 눈 쌓인 풍경에 순간 정말 내 눈을 의심했던.거실 창문이 워낙 커서도 그랬지만,뭔가 창밖의 눈 오는 풍경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어찌나 펑펑 쏟아지던지,이렇게 선명하게 찍혔던 내 발자국도 펑펑 쏟아지는 눈에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