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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이십사] 낄낄거리면서 볼 수 있는 책 본문
미니테마의 첫 장을 여는 부담감을 안고서,
그러나 과감하게(?)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휘둘러,
제가 낄낄거리면서 봤던 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여행작가 빌 브라이슨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거리의 두 배가 넘는 3,360km 길이의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에 도전한 경험을 풀어놓은 여행서. 라고 표현하면 뻔한 내용의 책으로 느껴지겠지만, 대장정의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스토리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는 종주를 끝까지 하지 못한다. 책에는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종주하기로 한 '급결심'부터 시작해 힘들어서 '때려칠' 때까지의 과정이 빌 브라이슨 특유의 유머 넘치는 문체로 펼쳐진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낄낄거리며 웃을 수 있는 여유와 '안 되면 말고'라는(?) 묘한 자신감을 줄 거라 생각한다. 강력추천! 단, 웬만하면 집에서 혼자 침대에 배 깔고 엎드려 낄낄거리면서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웃음이 터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싶지 않다면.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거 내 얘긴데, 싶어서 집어들 수밖에 없었던 책. 표지부터 밝은 형광 연두빛 바탕에 갈팡질팡 갈피를 못 잡고 삐뚤삐뚤하게 찍혀 있는 발자국들이 늘어서 있는데, 책 내용도 그렇게 발랄하고 웃기고 때로는 어이 없고 골 때리기도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할 점은 책 내용을 심오하게 받아들이고 분석하는 자세가 아닌, 가볍고 편안하게 웃을 준비를 하는 것.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려고 하다간 '대체 뭔 소리야', 또는 '이게 말이 돼?'하며 분노할 수도 있음. 하지만 그러한 문학하는 마인드, 혹은 분석하는 자세를 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간다면, 제대로 낄낄거리며 배를 잡고 뒹구는 것을 넘어서 가끔씩 책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국기 게양대를 보고 혼자 비실비실 웃게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제목 그대로 정말 아~무 계획 없이 유럽으로 떠난 저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또 사방에서 엄습해오는 온갖 태클(?) 때문에 그나마 세워두었던 몇 안 되는 계획들마저 다 수포로 돌아가는 지경에 이르는데, 그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 하기도 하고 특유의 배째라 정신으로 달관하기도 한다. '알찬' 여행 정보는 아닐지라도 '살아있는' 생생한 정보와, 가려운 데를 긁어주는 듯한 표현들로 뒷목 잡고 쓰러지게 하는 유머들도 난무한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여건은 안 되고, 그렇지만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얻은 여행기를 보면 질투가 날 것 같을 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남의 여행기 보며 부러워하기보다, '얘 어떡하냐' 하며 안쓰러워 하고 낄낄거리는 동안 마치 내가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에 젖을 수 있어서 좋았던 책.
이탈리아 남자들은 다 모델 같다는 말에 잔뜩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실제로는 키 작고 배 나온 콧수염 아저씨들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보고 실망한 그녀는 '이탈리아 남자들은 슈퍼 마리오 같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탈리아 여행 중에 그녀의 표현대로 '슈퍼마리오 같은' 남자들을 보게 된다면 그녀가 하고 싶었다던 이 한마디를 던져보자. "헤이 아저씨, 꽃 먹고 여기 벽 부숴 봐!"
YES24 도서팀 블로그 <책방이십사> - '테마책방'
원문 : http://blog.yes24.com/document/73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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