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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ING/YES24

[책방이십사] 나의 이상형이 등장하는 책

pencilk 2009. 2. 1. 22:11

키친

김난주 역/요시모토 바나나 저
민음사 | 1999년 02월

어렸을 때부터 나의 이상형은 '친구 같은 연인'이었다. 만날 때마다 긴장되고 설레고 가슴이 뛰는 그런 사람을 꿈꾼 적은 별로 없다. 아주 오랜 시간 알고 지내, 나에 관해서라면 무엇이든지 알고 있고 내 눈만 봐도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아는 사람, 마치 공기처럼, 늘 당연하다는 듯이 내 주변을 맴돌고 있어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어느 순간 한없이 소중하게 다가와줄 사람.

개인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에 나는 남에게 잘 기대지 못하는 성격 탓에 누구에게도 힘들다고 털어놓지 못했다. 그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이런 나를 알고는 '괜찮아?'하고 툭 한마디 던져주기를 바랐다.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에서 '유이치'는, 힘들어하는 미카게의 앞에 마치 신기루처럼 나타나, “원한다면 있고 싶을 때까지 이곳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 이틀, 일본 소설 특유의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둣한 잔잔한 일상이 흘러가고, 그 시간들과 마음들이 쌓여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씩 다가간다.

「혹 언젠가 그를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하게되면 항상 전력으로 질주하는 나지만, 구름진 하늘 틈 사이로 보이는 별들처럼, 지금 같은 대화를 나눌 떄마다, 조금씩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치 교통사고처럼 다가와 조용히, 섬세하게, 그리고 다정하게 “괜찮니?” 하고 물어줄 유이치 같은 남자는 현실에선 진정 없는 것이란 말인가.(웃음)




YES24 도서팀 블로그 <책방이십사> - '테마책방'
원문 : http://blog.yes24.com/document/12538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