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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의 기억 본문

TRAVELOGUE/Japan

요코하마의 기억

pencilk 2012. 7. 13. 20:24


얼마만의 요코하마인지.

가이드 상이 마지막 날에 요코하마에 가자고 했을 때만 해도 겨우 3박 4일 일정에 도쿄도 제대로 구경 못할 텐데 무슨 요코하마씩이나, 오버다, 라고 생각했다. 왔다 갔다 하느라 길에서 버리게 될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했고. (전체적으로 차 타고 다니느라 길에서 버린 시간이 많은 일정이었기에) 그래서 요코하마로 가는 내내 아무런 감흥도 없었고 창고 앞에 내려주며 30분간 구경하고 돌아오라고 했을 때만 해도 귀찮은 마음뿐이었다. 도대체 30분 동안 뭘 볼 수 있단 말인가. 터덜터덜 걸어 베이브릿지가 보이는 바다 앞에 서서 숨 좀 쉬다가 문득, 이 관람차가 떠올랐다. 그리고 교환학생 시절 친구가 요코하마에 있어서 몇 번인가 온 적이 있다는 것도 기억났다. 놀라운 건, 그 사실을 내가 까맣게 잊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요코하마 한번 가봤었지, 정도로만 생각했지 가서 뭘 했는지, 거기에 뭐가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7년 전이다. 기억 안 날 만도 하네 싶기도 하지만, 그렇게 기억들이 잊혀져가고 있다는 게 조금 슬펐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그 시절 나는 참 가난한 유학생이었고 그래서 할 수 없거나 몰랐던 것이 너무 많았다. 유례없는 외로움으로 꽤나 우울해하고 무려 한국을 그리워하며 지낸 시간이었다. 군대 간 것도 아닌데 가족의 소중함을 더없이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그 때의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많이 걷고, 사진도 찍고, 또 그 때의 내가 할 수 있던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그 시간들을 즐겼다는 생각도 든다. 요코하마, 에노시마, 그리고 가마쿠라. 그러고 보니 참 열심히 걸어다녔다. 도쿄에 있는 내내 이미 다 가본 곳들이고 이미 한번씩은 다 사진을 찍었던 풍경이라 시큰둥했던 마음 안으로 문득 그때의 열정이 새어들어왔다. 그때 봤던 것들, 그때 보고 좋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다시 보고 싶어 열심히 기억을 더듬어 미나토미라이 역까지 가보려 했으나 주어진 30분의 시간 (그 중에서도 이미 10분은 써버린 후라 남은 시간은 20분) 안에 다녀오는 건 무리였다. 대신, 이 관람차를 찾았다. 관람차 앞에서 괜찮은 사진을 건지기 위해 몇 번이고 자리를 옮기고 카메라 각도를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순식간에 되살아났다. 어쩌면 영영 잊고 살았을지도 모를 기억, 감정, 그리고 열정들이. 


가이드가 안내해주는 대로 여럿이서 함께 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나 혼자만의 여행이었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4일이었지만, 덕분에 다시 도쿄에, 요코하마에, 그리고 에노시마에 가고 싶어졌다.

내년엔 여름휴가를 도쿄에서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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