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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메이슬, 『보헤미안의 파리』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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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나 창작의 세계는 다르다. 당신은 훌륭한 글과 함께 하찮은 글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작가이더라도 어설픈 문장을 쓰기 마련이다. 심지어 아주 자주, 좋은 문장을 쓰는 가운데에도 그렇게 된다. 이것은 결코 바뀌지 않는 원칙이다. 원고가 완성된 후, 마음에 들지 않는 문장 혹은 문단 전체를 싹 지울 수 있지만, 어쨌든 써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애초에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될 터이니 말이다. 작가가 훌륭한 글만 쓰려고 노력하게 되면 그 속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완벽주의의 완벽한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2.
어떤 관계가 본질적으로 건강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싶을 때에는 간단한 질문 몇 개만 해보면 된다. 연인이나 배우자의 꿈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바로 그것이다. 당신과 침대를 같이 쓰는 사람이라면 글을 써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당신의 소망을 적극적으로 밀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는 당신을 실패로 밀어 넣고 있는 것이며 그 실패는 두고두고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3.
당신이 파리에 있건, 다른 도시에 있건,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을 지지해 주고 그 사람도 당신을 지지해 주기를 바래야 한다. 애인이 쓴 새로운 시에 매번 감격해줄 필요는 없고 당신의 새로운 소설에 애인이 매번 감탄하기를 원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당신과 당신 연인이 서로의 입장을 성심성의껏 지지해 주지 못한다면 결국 둘 다 상처를 받으며 끝나고 말 것이다. 당신은 그를 위해 싸워야 하고 그 사람도 당신을 위해 힘써 싸워 주길 기대해야 한다.
4.
가장 먼저, 울어라. 진짜로 울어라. 마음 속 깊이 슬픈 만큼 슬퍼해라. 외롭기 때문에 울고, 돈을 너무 많이 써서 울고, 지금 쓰고 있는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울어라. 가슴으로 흐느껴라! 몇 달 동안 질질 끄는 울적한 날씨보다 하루에 휘몰아치는 폭풍이 낫다. 한두 번 바닥이 들날 때까지 슬픔을 느끼되 일상적으로 울적해하지 마라. 진심으로 슬퍼해라!
5.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떠나야 한다. 파리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샴페인 한 잔을 주문해서 당신의 위대한 결심에 건배를 한 후 스스로 약속을 하자.
예술가로서의 당신을 누가 지원해줄 것인가? 당신은 혼자뿐일지도 모른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렇다. 누가 당신을 파리로 데려다 주는가? 당신이다. 당신은 후원자이며 은인이고 친절한 선배 언니다. 강렬한 모험을ㅡ그리고 위대한 탈출을ㅡ 계획해야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당신이다. 파리로 가면서 모험을 시작하는 작가라기보다는 탈옥수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의기소침하지 말자. 분명 당신이 가는 길마다 기대치 않았던 도움의 손길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일단 파리로 탈출하기로 했다면 그 탈옥 과정은 철저히 혼자 준비해야 한다다.
+
지금의 나에게 너무도 큰 힘이 되었던 책.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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