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ncilk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본문

THINKING/책, 글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pencilk 2013. 7. 8. 16:02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국내도서
저자 : 무라카미 하루키(Haruki Murakami) / 양억관역
출판 : 민음사 2013.07.01
상세보기

 

1.
사라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당연히 쓰쿠루는 몰랐다. 그리고 자신이 그때 생각하던 것을 쓰쿠루는 사라에게 말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바깥으로 드러낼 수 없는것이 있다. 돌아가는 전차 안에서 다자키 쓰쿠루의 머릿속에 있던 것은 그런 종류의 생각이었다. ㅡp.55

 

2. 
"잘 알겠지만, 나고야는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대도시이지만 동시에 좁은 곳이기도 해. 사람은 많고 산업은 융성하고 물자는 풍부하지만 선택지는 의외로 적어. 우리 같은 인간이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게 여기서는 간단한 일이 아니야. ……어이, 이런 거 엄청난 패러독스라는 생각 안 들어?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발견하게 돼. 그리고 발견할수록 자기 자신을 상실해 가는 거야." ㅡp.244

 

3.
"모든 것이 시간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버리지는 않았어." 그것이 쓰쿠루가 핀란드의 호숫가에서 에리와 헤어질 때 했어야 할, 그러나 그때 말하지 못한 말이었다.

"우리는 그때 뭔가를 강하게 믿었고, 뭔가를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가졌어. 그런 마음이 그냥 어딘가로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는 않아." ㅡp.436-437

 

 

+
내 생각에 하루키도 마븅인듯. 1Q84도 그러더니 결말이 왜 이 모양인가. 실컷 크게 일을 벌려놓고 마무리는 은근슬쩍 있어 보이게, 하지만 적당히 허무하게, 얼렁뚱땅 열린 결말로 끝내버리는 것이 이제는 좀 열받는군. 그래서 읽을 때는 그럭저럭 속도도 나고 재미있게 읽게 되지만 다 읽고 나면 화가 난다. 이 울분을 정유정 책으로 달래야 하나. 근데 이번 신작은 소재가 너무 안 땡긴다. 최민석 연애소설을 읽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