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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aily Life

한 남매의 대화

pencilk 2003. 10. 13. 01:02

나는 친오빠와 같이 자취를 한다.
나이차가 무려 7살이나 나는 데다 닮은 구석도 없는 오빠와는, 어렸을 때부터 한 집에서 같이 자란 기억이 별로 없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싸워본 적도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내가 초등학생 때 오빠는 고등학생이어서 내가 9-10시에 잠들고 난 후에나 집에 돌아왔고, 내가 중학생이 되자 서울로 대학을 가버렸다.-_-; 그래서 한 집에서 같이 자란 기억은 너무 어렸을 때 일이라 잘 기억이 안 난다. (사진을 보면서 오빠가 나랑 이렇게 놀았어? 라며 낯설어 할 뿐이다;)

나도 서울로 대학에 오고 같이 살게 되면 참 친해질 줄 알았지만 우리는 같이 살면서도 별로 대화가 없다. 보통 오빠들은 여동생한테 엄하다고 하지만 우리 오빠는 내가 집에 안 들어가면 새벽 3시에 전화가 온다. "오늘 안 들어오니?" 그 때까지 전화 안 한 나도 나지만, 새벽 3시가 되어서야 내가 안 들어온다는 생각을 해낸 오빠도;;

한 집에 살면서도 우리는 참 대화가 없다. 오빠가 집에 들어올 때 "오빠야?" "응." 하는 대화와, "내일 몇시에 일어나니?" "*시." "그럼 *시에 나 좀 깨워줘." 뭐 이 정도의 대화가 다다.
아주 가끔 대화가 길어질 때는 같이 티비를 볼 때.(;) 스포츠 채널, 특히 축구를 볼 때는 둘 다 말이 많아지고, 야구를 볼 때는 오빠가 주로 설명을 많이 해준다.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둘이서 연예인들에 대해서 쟤는 어떻고 쟤는 어떻고 뭐 그런 소리들을 한다. 그게 다다.(;)


오늘 역시 뭘 했는지도 모른 채 시간은 훌쩍 흐르고 어느새 저녁이 되어 사회학사 시험 공부를 이제 막 시작하려는데 오빠가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오빠야?" "응." 의 대화를 주고받은 후, 나는 커피를 타며 한숨을 푹 쉬었다. 시험공부를 하나도 안 해서였다.-_-

그러자 오빠가 "왜?"하고 한숨을 쉬는 이유를 물었다.
"시험 공부할 게 너무 많아서."라고 대답하자 오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 다 그렇지..."

별 거 아닌 그 한 마디에 순간 머릿속으로 수백만개의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간만에 한 남매의 대화가 너무 심란한 거 아닌가.= =


 
날씬한기분   03/10/13
올스타전 이후로 절대로 말안하던 동생녀석하고 어제 처음 얘기했다-_- 그것도 엄마가 옆에서 어떡해 2달동안 한마디도 안하냐고 뭐라하시는 통에... 군대갔다오면 철든다는 얘기는 다 구라야!!--+

Realslow   03/10/14
이야; 날씬한 기분님 대단하세요-ㅇ-

kimrse   03/10/14 
2달 만에 한 첫 마디가 뭐였어?;; 난 아예 우리 오빠와 싸움 자체가 안 됨.= =;

올선데   03/10/14  
빵도 뺏어갔잖아 ㅋ

애심   03/10/14
나 동생한테 결국 편지썼어. 근데 역시 반응없음;;; 근데 미묘하게 얘가 귀여워진것같아. 원체 마주칠일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묻는말에 예전엔 대꾸도 안했는데 이젠 말을 듣긴해. 으하하;;

초이☆   03/10/15
하하. 저도 제가 초등학교 때 저희 언니가 고등학생(더불어 대학생-_-)이었더랬습니다. 그래도 남매와 자매는 참 다른가 봐요. 저는 저희 언니랑 시스콤이라는 얘길 들을정도로 붙어다니는데.

푸스   03/10/15
으하하; 역시 남동생들은 다 그런가? 내동생도 군대가면 좀 철 들줄 알았더니 여전히 그대로....=_= 그래도 예전보단 꽤 부드러운 분위기의 대화를 많이 나누곤 하는데; 하지만 나보면 돈타령=_= 저 애물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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