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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피크 본문
며칠 전에 친구와 사주까페에 갔다. 1학년 초에 몇 번 가본 이후로 오랜만에 가는 것이었다.
전체적으로 너무 안 맞았다. 나한테 돈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늘 머릿 속으로 돈 벌 궁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공상이 많고 산만하다나.
공상이 많고 산만한 건 이해한다 치겠는데, 돈 벌 궁리라는 게 참 납득이 안 갔다. 나는 친구들이 과외를 구해서 갖다줘도 귀찮다고 싫다고 안 하는 인간이다.; 돈 벌 궁리로 가득 찬 애가 갖다주는 과외를 마다하나?; 돈 없으면 못 참는 성격이란다. 난 돈 없으면 알아서 그지같이 산다; 같이 간 친구들도 어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사주 보는 아주머니, 꿋꿋하셨다;
"차라리 연애에 대한 공상을 했으면 했지, 돈에 대한 공상은 전혀 안 하는 것 같은데요."
"아니야! 너는 안 한다고 하지만, 너도 모르는 사이에 다 하고 있는 거야!"
억지 쓰기에 대가..(...) 귀찮아서 그냥 넘어갔다.
그 다음에 연애운이 나왔는데, 역시 정말 성의 없이 대충 봐줬다. 한다는 말이 나는 98-99년도에 피크(?)였단다. 즉 제일 연애가 잘 되었을 인생의 그 피크라는 소리다.(;) 그 때는 고 2, 고 3 때였는데?;; 그 때 연애는 고사하고 아는 남자도 없었는데?;
그래서 나는 다시 아주머니에게 딴죽을 걸었다.
"엥, 그 때 연애는 커녕 저 좋다는 남자 하나도 없었는데요."
"연애는 안 했어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뜻이야."
역시 버럭 화를 내며 억지를 쓰신다.= =
그래서 나도 지지 않고 말했다.-_-
"좋아했던 사람도 없어요. 진짜예요."
"꼭 주위 사람 아니어도, 연예인이라도 안 좋아했어?"
....(...)
그래, 고 2에서 고 3 때, 진짜 지독하게 한 연예인을 좋아했지. 암. 내가 걔 좋아하느라고 별의별 쇼를 다 해서, 고등학교 시절, 하면 떠오르는 게 다 그 문씨일 정도이지. 그래서 잠시 입을 벌리고 있다가, "네- 엄청나게 좋아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알아서 구석에 찌그러졌다.(;)
하지만. -_-
좋아한 남자 없었다 하니까 그럼 연예인 안 좋아했냐니. -_-
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연예인 없었던 사람 얼마나 된다고.;;
정말 억지쓰기의 대가...= =
음, 생각해보니 고 2, 3 때는 나 좋다고 붙은 남자는 하나도 없고, 한창 온라인 상에서 아는 동상들(;) 많을 때군;; 천리안에 접속해서 동시 15명과 메모팅을 했던 기록도 있었더랬지...(...) 참 옛날 일이다.
따지고 보니, 그 때 가장 많은 사람을 잃었던 만큼, 가장 조건 없는 사랑도 받았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당시엔 내 상처에 급급해서, 내가 잃은 사람들 생각으로 가득차서, 나를 좋아해주고 내 글을 좋아해주고, 나한테 정말 정말 잘해준 그 사람들이 소중한 줄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몰랐다.
그래, 나의 고등학교 2, 3학년 시절은 내 인생의 피크였다.
지금까지는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그 때를 기억하며 살았지만, 이제는 '내 인생의 피크'였다고, 그렇게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어딘가에 빠지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상처받고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아마 다시는 못할 거다. 이제는 사람을 잃는다 해도 그 때만큼 상처받거나 힘들어하지 않을 테니까.
선심 팍팍 써서, 98-99년도가 내 인생의 피크라는 말만 인정해줄게요, 사주까페 아줌마. 그런데 아줌마, 산에 가서 좀 더 도 닦고 오셔야 할 것 같아요.= =
애심 03/10/16
어제 내 인생의 사랑에 관한 일기를 썼다 지웠는데 그 마지막 말이 '내가 정말 사랑했을까'였어. 근데 너의 엠에센 대화명이 정말 사랑했을까.. 구나. 왠지 통한 기분이 드네^^
kimrse 03/10/17
msn 대화명 브라운 아이드 소울 노래 제목이었는데..ㅋㅋ 그 노래 벨소리를 다운받고 나서 어느 그룹에 지정할까 고민하다가 비명사람들 쪽에 지정을 했었어. 언니랑 비슷한 이유였겠지. 그런데 좀 있다 다른 걸로 바꿔버렸다. 사랑했지- 라고 결론을 내렸거든. 지금은 달라졌을지라도 적어도 그 때는 참 절실했고 힘들었고 또 행복했으니까, 나는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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