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정말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말이야, 나에게 처음은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야, 아니야. 상대가 아무리 나를 좋아해도 내 마음은 상대를 못 따라가면 결코 행복하지가 않아. 나는 그래서 나의 처음에 대해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걸. 처음엔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사귀었으면 좋았을텐데 하고 말이야."

"글쎄, 난 그런 생각이 들어.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을 먼저 만나고 나서 나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때 이전의 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서 힘들지 않을까. 나도 저렇게 힘들었었지.. 그러면서, 그 사람에 대한 동정보다도 더 못한, 내 자신에 대한 연민에 빠지게 될 것 같아.
하지만 나를 더 좋아해주는 사람을 먼저 만나고 그 이후에 내가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그 때 나의 처음을 떠올렸을 때는 그래도 그 애는 나를 참 좋아해줬는데, 조금 더 잘 해줄걸.. 그런 생각이 들겠지. 그 애도 지금 나처럼 그렇게 힘들었겠구나, 그러면서 더 아련해지고, 좀 더 잘해줄걸 하고 미련도 생기고. 그렇게 한 번 더 나의 처음을 기억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앞의 경우보다는 낫지 않을까?"

"......"

"그러니까 너의 처음 그 사람에 대해서 좋게 기억해. 넌 참 좋은 첫사랑을 한 거야. 물론 당시엔 힘들고 짜증도 나고 그랬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떠올리면 가슴이 아련한, 그런 첫사랑을 한 거라고 생각해. 내 생에서 누가 또 그만큼 나를 사랑해주는 이가 있을까, 그런 사람이 너의 처음 사람이었다는 거. 넌 참 행복한 거야."